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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학생자치가 붕괴하고 있다

기사승인 2024.03.03  22:5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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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자치가 붕괴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열린 동시선거 결과를 두고 본지가 가장 많이 사용했던 단어는 ‘위기’다. 지난 2023년 1월 1일, 권수현 신임 총학생회장이 「인하대학교 중앙학생회칙」(이하 중앙회칙)을 공포하며 본교 학생사회는 17년 만에 ‘중앙학생회칙 전부개정(이하 회칙개정)’이라는 역사적 과업을 완수했지만, 그 결실은 후대에게 전해지지 못했다. 지금의 인하대학교 학생사회는 어떠한 모습을 띠고 있나? 그 이면을 톺아본다.

 

학생자치 붕괴의 시작과 끝, 다시 시작

지난 2021년, 길고 길었던 ‘비대위 체제’가 막을 내리고, 제41대 총학생회가 출범했다. 2016년 이후 5년 만에 건설된 총학생회였다. 전승환 전(前) 총학생회장은 본인이 당선될 수 있었던 원동력에 대해 “당시 학생사회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가진 인물이 부재했고, 학우들이 연이은 ‘비대위 체제’에 피로를 느꼈기 때문”이라 회고한다.

이후 본교는 교육부 사태로 대표되는 연이은 시련을 겪었고, 그 과정에서 ‘학생’이 중심이 되며 학생자치는 활기를 되찾는다. 교육부 사태 당시 분노한 학생들의 주도로 ‘과잠시위’가 전개됐고, 이듬해에는 학생 중심의 ‘학생 공동 TF 위원회’가 꾸려졌다. 이것이 2023년 제42대 총학생회의 탄생으로 이어지며, 드디어 본교 학생사회에도 ‘연속성’이 갖춰지는 듯했다.

 

시들어버린 ‘풀뿌리 학생자치’

희망에 찬 환희도 잠시, 학생자치는 다시금 위기를 맞이한다. 지난해 동시선거에서 학생사회가 받은 성적은 처참하다. 총학생회장은 출마자의 부재로 선거가 치러지지 않았고, 123명이 정원인 대의원 선거의 당선자는 단 19명에 불과했다. 10개의 단과대학 중 자연과학대학(이하 자연대)만이 학생회장을 배출했다.

이후 자연대 학생회장이 총학생회장 권한대행에 임명되기를 거부하며, 본교 총학생회는 구성 1년 만에 예산집행권이 없는 직무대행 체제로 돌아섰다. 2017년부터 현재까지 본교가 배출한 ‘투표로 선출된’ 정식 총학생회장은 제41대 전승환, 제42대 권수현 단 두 명에 불과했기에 ‘전례가 없진 않은’ 위기라는 점이 하나의 위안이었다.

반면, 또 하나의 중앙자치기구인 총대의원회(이하 총대)에는 ‘전례 없는 위기’가 도래했다. 개정된 중앙회칙 제28조에 대의원 선출에 있어 민주적 정당성이 부여되는 직선제를 기본으로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대의원 직선제 도입 후 첫 선거였던 지난해 11월 동시선거에서, 총 123명의 대의원 정원 중 고작 19명만이 당선되는 ‘참사’가 벌어졌다. 2022년도 중앙학생회칙개정특별위원회에 자문위원으로 참여했던 김해람 총대 법제연구국장(전(前) 총대 의장)은 “누가 앉아도 돌아갈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었고, 이에 가장 부합하는 제도가 직선제라고 생각했다”며 “직선제 시행 후 출마자의 부재는 이미 예상하고 있던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지만, 현실의 벽은 더욱 냉혹했다.

김다혜 총대 의장은 “대의원의 부재로 단과대학 학생회와의 소통에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운을 떼며 “학생사회가 침체하는 현상이 비단 우리 학교만의 문제는 아니다. 학우들의 정치적 무관심은 어쩔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라면서도 “그러한 흐름을 뒤집을만한 전환점을 학생사회가 제시하지 못했다”며 자조 섞인 진단을 내놨다.

 

학생사회는 왜 위기에 빠졌나

학생사회가 위기에 빠진 이유는 무엇인가? 현재 대학생들은 당장 눈앞에 닥친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기에 급급해 학생자치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는 분석이 대표적이다. 『한국경제』는 2017년 다수 대학 학생자치의 현주소를 짚는 기사를 작성하며 “취업난으로 학생회 활동 전반에 대한 관심이 줄어든 반면, 취업에 도움이 되는 대학 동아리에는 학생들이 몰려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고 진단했다. 이찬수 총학생회장 직무대행은 “대학이 ‘취업을 위한 발판’ 정도로 여겨져 과거에 비해 학생사회의 규모 자체가 상당히 작아졌다”는 의견을 밝혔다.

무엇보다 학생들이 ‘학생사회에 몸담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 큰 이유로 꼽힌다. 이 직무대행은 “학생회 활동 경험이 취업 시장에서도 큰 스펙으로 인정되지 않는 상황”이라며 “현재 주어지는 봉사 장학금 등의 인센티브만으로는 학우들로 하여금 학생회 활동에 전념하도록 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라 부연했다. 학생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 낼만한 학생사회만의 요인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전 전(前) 회장은 “대외활동 등 선택지가 다양하지 않았던 이전에는 지도력 있는 학우들이 학생사회에 몸담아 봉사할 이유가 충분했다”면서도 “기회가 많아진 지금은 학생들이 굳이 학생사회에 갇혀 있으려 하지 않는 것 같다”는 분석을 내놨다.

이에 더해 김 국장은 “코로나19 이후로 학생사회 전반에 냉소적인 분위기가 형성된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학생자치의 본질 자체가 많이 변했다. 이전에는 운동의 성격이 강했다면, 지금은 복지의 영역에 치중되는 상황”이라 말했다. 시대 정신이 변화함에 따라 학생사회도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고 있다는 것이다.

 

변화는 우리로 인하여

‘학생회의 헌법’으로 비유되는 중앙회칙은 학생총투표를 통해, 그를 뒷받침하는 중앙세칙은 학생들의 대의기구인 총대의원회를 통해 의결된다. 총학생회는 중앙회칙이 보장하는 집행·행정권을 통해 학생사회의 행정부 역할을 수행한다. ‘자치’의 사전적 정의는 ‘자기의 일을 자기 스스로 다스리는 것’이며, ‘학생자치’는 ‘학생의 일은 학생 스스로 다스리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결국 학생들의 참여 없이 학생사회가 이루어낼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정치외교학과 A 학우는 “매번 사건·사고가 끊이질 않는 학생자치기구가 학생들에게 정치적 효능감을 주지 못했다”며 학생자치기구의 자체적인 분발을 요구했다. 학생들의 정치적 무관심에 대한 책임은 유권자가 아닌 대표자들에게 있다는 쓴소리였다. 김기표 사회과학대학 학생회장 권한대행은 “학생들의 목소리를 대변해 줄 기관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것이 곧 학생자치기구의 역할”이라면서도 “지켜보는 시선이 부재하다면 학생자치기구가 엇나갈 때 이를 바로잡을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또한 “학생사회가 성숙해지기 위해서는 학우들의 높은 관심이 가장 중요하다. 학생자치기구는 학생들의 관심이 없으면 존재 가치를 상실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학생들이 높은 관심도를 바탕으로 감시와 견제의 역할을 충실히 해달라는 당부의 말을 전한 것이다.

한편 이 직무대행은 “코로나19 관련 규제가 해제되고, 개정된 회칙이 적용되기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다”며 “개선된 시스템하에서 열심히 학생회 활동을 하며 경험을 쌓고 있는 젊은 세대가 성장해 역량을 발휘한다면 학생사회는 충분히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김 국장 역시 “회칙개정을 통해 학생자치 활성화의 토대는 마련됐다. 변경된 내용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으면 학생사회는 이전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학생자치는 단순한 규칙이나 제도를 통해서가 아닌, 학생들의 목소리를 통해 보다 나은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역동적인 과정이다. 위기가 일상이 되는 ‘뉴노멀’ 시대에 익숙해질지, 새로운 도약을 향해 나아갈지는 ‘인하대학교 학생회의 회원’인 학우들에게 달려있다.

 

박하늘 기자 skyrobbie@inh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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