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default_setNet1_2

[기자담론] 곪아가는 대한축구협회

기사승인 2024.03.03  21:13:29

공유
default_news_ad1
송재혁 기자

태극전사들이 64년 만의 우승에 도전했던 카타르 아시안컵. 대한민국은 4강에서 요르단을 만나 유효슈팅 0개라는 충격적인 기록과 함께 패배했다. 국가대표 경기에서 요르단에 패한 것은 처음이다. 우리나라는 조별리그부터 보여준 처참한 경기력에 이어 4강에서 다시 만난 요르단에 경기를 지배당하며 패배했다. 국민은 분노했고 비난의 화살은 위르겐 클린스만을 넘어 그를 선임한 대한축구협회까지 이어졌다.

국가대표팀 역사상 감독, 선수가 아닌 축구협회가 이토록 무수한 비난에 휩싸인 적은 없다. 전임인 벤투 감독을 선임할 당시로 시간을 되돌려보자. 기존에 감독 선임은 전력강화위원회라는 ‘시스템’을 통해 이루어졌다. 시스템을 통해 일을 진행하는 것은 누군가의 독단적인 판단이 아닌 다양한 사람의 생각을 거치며 최대한 정답에 가까운 결정을 내리기 위함이다. 하지만 클린스만을 선임할 당시 위원회는 전혀 작동하지 못했으며 회의 전에 이미 감독이 결정됐다고 통보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즉 독단적인 선택이었다는 뜻이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지금 시스템이 아닌 주먹구구식 일 처리가 팀을 얼마나 나락으로 떨어뜨릴 수 있는지 여실히 드러났다.

협회의 존재 이유에 대해 의문을 느끼게 한 사건은 또 있었다. 이번 아시안컵 4강을 앞두고 대표팀 선수들 간에 싸움이 벌어졌고, 그 과정에서 한 선수는 손가락에 부상을 당했다는 내용이 언론에 공개됐다. 이에 그치지 않고 선수단 내부에 파벌이 존재한다는 등의 갖은 추측들이 선수들을 괴롭혔다. 주목할 점은 이 내용을 가장 먼저 보도한 것이 영국의 언론사라는 점이다. 해당 언론사의 기자가 축구협회 관계자에게 사건에 관해 물었고, 관계자는 불화를 인정했다. 이게 무슨 짓인가 싶다. 선수들 간의 불화는 얼마든지 생길 수 있으며 팀 내부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진정 문제로 꼽을 점은 협회 관계자가 이 사실을 외부에 유출했다는 것이다. 그들이 이런 정보를 외부에 흘린 이유는 쉽게 추측할 수 있다. 협회에 대한 여론의 분노를 선수단으로 돌리기 위해서다. 비난의 화살을 돌리기 위해 대표팀 선수들을 이용하는 게 누구의 생각인지 이해할 수 없다.

대한축구협회에 소속된 대한민국 대표팀 선수들은 이번 아시안컵에서 우승이라는 목표로 열심히 경기에 임했다. 그러나 과연 협회의 행정가들은 대회 우승을 위해 무엇을 했는지 묻고 싶다. 의문투성이인 감독 선임 과정부터, 대회의 결과가 좋지 않자, 선수 탓으로 몰아가는 모습까지 보였으나 정작 그 누구도 이 사태에 대해 책임지지 않았다. 결국 이번 일도 감독 경질, 전력강화위원장 교체라는 ‘꼬리 자르기’ 형식으로 마무리되는 모양새다.

협회란 ‘같은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설립하여 유지해 나가는 모임’이다. 대한축구협회의 목적은 대한민국 축구의 성장일 것이다. 협회 관계자 몇몇 사람에게 묻고 싶다. 정말 대한민국 축구의 성장이라는 목표를 위해 일하고 있냐고. 혹시 목적이 다르다면 더 이상 협회에 있을 필요 없다.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은 아시아 축구의 강자로 군림해왔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행태라면 ‘대한민국 축구’ 자체가 사멸될 것이다. 고인 물은 썩는다. 더 곪기 전에 도려내고 새로운 시작을 해야 할 시점이다.

송재혁 기자 12203566@inha.edu

<저작권자 © 인하프레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4
default_side_ad1

인기기사

default_side_ad2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etNet2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