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default_setNet1_2

[울림돌]너에게 보내는 편지

기사승인 2023.05.28  22:01:39

공유
default_news_ad1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것들이 있다. 모든 물리적인 것들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하지만 마음만은 늘 굳세게 그 모습을 지킨다. 이건 너에게 전하는 내 작은 마음이다.

단짝. 서로 뜻이 맞거나 매우 친하여 늘 함께 어울리는 사이. 또는 그러한 친구. 우리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이름이다. 어느 노래 가사처럼 반쯤 차 있는 교실에 어색하게 앉아있던 첫 모습이 떠오른다. 그때는 누가 알았을까, 우리가 이렇게나 오래 함께할 거라는 걸. 그 꼬맹이들은 더더욱 몰랐을 것이다.

너를 생각하면 언제나 웃음뿐이다. 힘들어서 주저앉고 싶던 순간도, 숨 가쁘게 달려왔던 나날들도 모두 너로 인해 추억으로 남을 수 있었다. 작은 다툼으로도 서로의 마음을 의심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믿음은 그 어떤 힘보다도 강한 것이기에 우리는 우리일 때 가장 빛나고 용감했다.

때로는 내가 너무 빨리 어른이 돼버렸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더더욱 너를 찾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훌쩍 커버린 모습에는 어쩐지 자꾸 어리던 그날의 얼굴이 겹쳐 보인다. 네 눈에 비친 나도 그러할지 가끔은 궁금하다. 자라난 키만큼이나 달라지는 많은 것들 사이에서 우리는 늘 한결같았다. 정해진 것 하나 없는 세상에서 너는 확실한 행운이자 행복이었지. 그건 언제나 내게 가장 큰 위안이 되어주었다.

그 언젠가 내가 무너졌던 날, 너는 너도 모르는 새에 나를 일으켰다. 우리는 사실 늘 손을 잡고 있었다는 걸, 언제나 서로를 일으켜 줄 준비가 되어 있었다는 걸 나는 그때 처음 깨달았다.

누구와도 쉬이 나누지 못할 것들을 우리는 수도 없이 공유했다. 넌 나를 가장 많이 바꾸는 동시에 내가 가장 나다워질 수 있는 존재였다. 배려를 배웠고, 이해의 과정을 깨달았으며, 먼저 손을 내미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내 마음 성장의 대부분은 네 몫이었다. 말투, 행동, 표정 하나까지 우리는 서로를 수없이 닮아 갔다.

밤을 지새워도 끊이질 않았던 대화. 얼굴만 바라보아도 웃음이 절로 나던 나날들. 불같이 싸우다가도 뒤돌아서면 네 생각에 눈물짓던 어린 날. 말하지 않아도 서로 모든 것을 다 알 수 있는 지금까지. 지나온 사계절에는 늘 네가 있었다. 함께 발을 담갔던 여름의 동해 바다, 우리의 볼처럼 붉게 물든 가을의 단풍, 겨울밤 하늘로 쏘아 올렸던 불꽃까지. 모든 날이 찬란했다. 바야흐로 다시 꽃이 피는 계절이다. 빳빳한 교복을 다려입고 우리가 처음 만났던 봄이 돌아왔다.

같은 길을 걸어와 그 언젠가 교차로에 서게 되어도, 우리는 늘 같은 하늘을 바라볼 것을 안다. 시간이 수없이 지나고, 언젠가 늙어 지친다 해도, 우리가 함께하는 매 순간은 청춘으로 흘러갈 것이다. 늘 겉으로 표현하지 못하는 못난 나는 또 이렇게 네게 전할 수 있을지조차 모르는 편지에 마음을 눌러 적는다.

원하지 않았던 일도 수도 없이 일어나는 게 삶이지만 그래도 우리의 세상에는 좋은 일들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 진부한 영원을 믿는 편은 아니지만 어쩐지 나는 우리의 삶의 끝까지 서로가 함께할 것을 확신한다.

우리는 항상 여전히, 그대로.

어느 봄날 마음을 담아.

 

이유진(생공·2) ㅤ

<저작권자 © 인하프레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4
default_side_ad1

인기기사

default_side_ad2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etNet2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