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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외로운 섬

기사승인 2023.05.28  21:4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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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언론사는 아무도 오지 않는 섬에다 공장을 지어 놓고 기사를 생산해 내는 일을 하고 있다.” 한 수업 중 교수님이 하신 말이다. 사람들이 신문을 읽지 않는데, 언론사는 개의치 않고 기사를 찍어내고 있다는 의미다.

‘사람들이 섬으로 오길 기다리지 말고, 섬 밖으로 나갈 수는 없을까?’ 수업이 끝나고 문제를 고민하던 중 떠오른 생각이다. 읽히지 않는 글은 아무런 힘이 없다. 읽히기 위해선 사람들이 고민하고 관심 있어 하는 글을 써야 한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계단을 내려오던 중, 문득 가판대에 놓인 인하대학신문이 눈에 들어왔다. 고민을 해결할 실마리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에 망설임 없이 수습기자에 지원했다.

“학우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기사를 쓰고 싶습니다.” 지원서에 적었던 글이다. 이에서 보듯, 당시에는 학우들의 고민을 다루는 기사를 쓰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현재 언론 환경에서 시급한 일은 콘텐츠 자체보다는 콘텐츠를 사람과 연결하는 일이 더 중요해 보였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실질적으로 관심 있는 콘텐츠를 만들면 현 언론의 한계를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지 않겠냐는 막연함으로 가득 찬 생각이었다. 이후 면접을 마치고 합격 통지를 받아, 인하대학신문사라 불리는 섬으로 향했다.

‘이게 무슨 소리지?’ 학생기자로서 생활을 시작하며 가장 많이 들었던 생각이다. 필자에게 쏟아지는 피드백을 이해하기 어렵기만 했다. 이와 더불어 기사의 우선순위와 작성법을 익혀가는 과정에서, 학보사에 적응하기 위해 언론의 보도가치에 대해 가졌던 기존의 생각과 평소에 글을 쓰던 습관을 버려야 했다. 보도가치의 경우 유용한 정보성 기사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으나 보도안은 통과되지 못했다. 학교에 존재하는 심층적인 문제가 정보성 기사보다 더 가치 있다는 이유다. 글을 쓰던 습관의 경우, 필요 없는 말을 최대한 줄이려 노력했다. 이처럼 배운 것도 많았지만 무엇이 좋은 기사인가에 대한 가치체계가 무너져 버려 무엇이 하고 싶었는지 흐릿해져만 갔다.

부족했던 부분도 많다. 코너기사는 자신을 드러내고 싶어 하는 ‘현시욕(顯示慾)’의 유혹에 빠져 글이 곧잘 뒤틀리곤 했다. 특히나 부끄러운 부분은 보도기사다. 타인을 위해 고민하겠다고 공언했으나, 필자의 역량 부족으로 학우들의 고민을 녹여낸 글을 쓰기보단 기자 생활을 버텨내기에 급급했다. 처음 신문사에 들어왔을 때의 생각들은 온데간데없고 관성에 절여져 껍데기만 남아버린 모습에 갑갑함이 몰려왔다.

결국 인하대학신문사라는 섬에 온 것은 필자의 선택이다. 이 섬에서 느낀 자괴를 풀어나가는 일 또한 필자의 몫이다. 이를 위해 남은 기간, 기사 작성에서 오는 무게감을 느끼고, 차분히 역량을 쌓아야 할 것이다. 초심을 품고 섬 밖으로 나가, 더 이상 외로운 섬이 되지 않기를 기원하며.

박재형 기자 qkrwogud0@inha.edu

<저작권자 © 인하프레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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