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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학술지 가격 고공행진, 학문의 상아탑이 위험하다

기사승인 2023.04.30  23: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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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지 구독료가 나날이 인상됨에 따라 대학에서 전자저널 및 Web DB 구독 서비스를 축소하고 있다. 끝없이 오르는 전자자료 구독료를 대학 재정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다다른 것이다. 일각에서는 지식정보가 활발히 교류돼야 할 대학에서 학술지 구독 축소는 연구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학술지 구독료 인상에 허리 휘는 대학들

2000년대 초반, 전자저널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대학 도서관은 ‘빅딜(Big Deal)’이라는 구독 모델을 채택한다. 빅딜은 각 출판사가 발행하는 학술지를 패키지로 일괄 판매하는 방식을 말하며, 구독료만 지불하면 출판사 내 모든 학술지를 이용할 수 있다. 당시 빅딜 모델이 개별 학술지 단가를 혁신적으로 낮추면서 대부분의 대학 도서관에 이 방식이 상용화됐다.

그러나 문제는 논문 유통을 틀어쥔 국내 출판사 업체들과 국외 저널이 구독료를 올리면서 불거졌다. 업체들은 매년 구독료를 인상했고, 해가 갈수록 구독료는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사실상 일부 출판 업체가 독점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대학 도서관은 가격 인상을 온전히 부담해야 했다. 이 기조가 현재까지 이어지며 매년 3~7% 이상 지속해서 인상되고 있다. 덩달아 대학들의 전자자료 구입비도 증가했다. ‘대학도서관 통계조사 자료집’에 따르면, 전국 대학의 평균 전자자료 구입비는 2012년 3억 2천만 원에서 2022년 6억 3천만 원으로 증가했다. 대학 도서관의 전체 예산 중 72%를 차지하는 금액이다.

결과적으로 대학 도서관들은 전자 학술지 구독 서비스를 축소할 수밖에 없었다. 전자자료 구독료의 인상률을 고려하지 않은 도서관 예산으로 신규 자료 구독은 물론 기존 자료의 구독 갱신마저 어려운 상황이다. 2020년 부산대, 전남대 등 10개 국립대학에서 인상하는 구독료를 이기지 못하고 국내 최대 Web DB인 디비피아(DBpia) 구독을 취소한 사례도 있었다.

학생은 학술지 찾아 삼매경

본교 역시 전자 학술지 구독료 인상으로 인한 문제를 피해 갈 수 없었다. 2012년 45,678종이었던 도서관 전자 학술지 구독 추이는 2022년 16,164종으로 64.6% 감소했다. 2012년 41종이었던 Web DB 구독 역시 2022년 37종으로 소폭 감소했다. 이에 김동조 정석학술정보관 부관장은 “과거에 비해 오히려 전자 학술지에 지출하는 금액은 증가했다”며 “학술지 구독 취소는 재정상 어쩔 수 없는 수순”이라 전했다. 실제 2021년 본교는 예산상의 문제로 IEEE* 구독을 중단하려 했으나 학생들의 반발로 무산된 적 있다. 대신 일부 Web DB와 네이처, 옥스퍼드를 포함한 국외 저널을 구독 중단 또는 다운그레이드할 수밖에 없었다.

피해는 고스란히 연구자인 학생의 몫이다. “구독하는 저널 수가 부족해서 불법적인 경로로 논문 파일을 얻을 때가 많아요.” A(생명공학·석사과정) 학우는 학위논문을 쓰던 중 갑작스러운 전자저널 구독 중단 소식에 막막했던 과거를 회상했다. “당시에는 친구에게 부탁해서 해결했는데, 이후부터는 sci-hub*를 이용했고, 거기도 없으면 유료로 구입해요.” 경제력이 여유롭지 않은 대학원생 신분에서 논문을 따로 구매하기 부담스러운 실정이다.

대학 도서관에 할당된 대부분의 예산이 전자저널 구매에 쓰이다 보니 인쇄 학술지 규모도 줄었다. 본교 인쇄저널 학술지 구독 종류는 2012년 1,977종에서 2022년 526종으로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다. 진기환(한국어문학·박사과정) 학우는 “문학잡지(계간지)와 같은 인쇄 학술지가 다양하게 비치돼있지 않다”며 “도서관에서 구독하는 저널만으론 전공과목의 최신 트렌드를 읽기 어렵다 느낀다”고 전했다.

대안 찾는 대학 도서관

여러 대학에서 전자 저널 구독료 인상에 대처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서울대의 경우 ‘자료선정위원회’를, 고려대는 ‘전자자료 선정위원회’를 열어 적은 비용으로 좋은 자료를 마련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본교도 전자 자료 구입 전 ‘도서선정위원회’를 거쳐 효율적인 예산 집행을 위해 노력한다. 대학 개별적 차원뿐만 아니라 ‘대학 전자정보 컨소시엄’을 통해 전자저널 구독료 인상률 조정 협상을 진행하기도 한다.

한편 매년 급격히 인상되는 구독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오픈액세스(Open Access)’ 움직임이 소개되고 있다. 오픈액세스란 모든 연구자가 필요한 학술지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도록 연구 논문을 무료로 공개하는 운동을 말한다. 한국에선 △한국연구재단 △국립중앙도서관 △국회도서관 등 6개 주요 연구지원 및 공공 학술 정보 기관이 오픈액세스와 관련해 상호 협력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오픈액세스가 연구자의 희생을 강요할 수 있기에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학술정보기획팀 이혜경 팀장은 “오픈액세스는 해외의 운영 모델이기 때문에 이를 우리나라에게 적용하기 위해선 신중한 조율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IEEE: 전기·전자·전산 분야의 국제기구 및 학회. 전자공학 및 컴퓨터과학 계열 논문의 대부분이 이곳에서 제공된다.

*sci-hub: 5천만 건이 넘는 논문을 무료로 열람할 수 있는 논문 전용 검색 엔진. 대학원생들 사이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지만 불법 복제 논문 사이트다.

박소은 기자 12203234@inha.edu

<저작권자 © 인하프레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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