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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 기껏 열린 동아리방, 5일간 찾은 술병만 ‘106병’

기사승인 2022.05.01  23:4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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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호관 남쪽 동아리방(이하 동방)이 밀집한 곳에 들어서자 술 냄새가 진동했다. 늦은 시간에도 하하호호 웃는 소리와 “얼마나 마셨어”, “나 술 잘 못해”, “너무 많이 마셨다” 같은 말소리도 들려왔다. 비틀거리는 모습부터 부축받으며 겨우 계단을 오르는 모습까지. 술 냄새를 풍기는 사람들이 위태롭게 돌아다녔다.

5호관(남) 정문 쪽 쓰레기통에서 나온 술병

술병 가득 쓰레기통

“동아리방에서 술 마시는 사람들 때문에 너무 힘들어요.” 동방 내 음주 행위가 연일 지속됨에 따라 불편을 겪은 학우들의 불만이 확산되고 있다. 정확한 실태 파악을 위해 3~4월 사이 5일에 걸쳐 가게들의 영업이 끝나는 00시에서 07시 동방이 위치한 각 건물 내부를 돌며 기자가 직접 확인했다.

▲5호관 ▲2호관 ▲학생회관 ▲나빌레관 ▲서호관까지 동아리가 밀집한 구역의 쓰레기통을 샅샅이 들췄다. 자정에는 비어 있던 쓰레기통이 새벽 3시가 넘어가자 점차 술병으로 가득 차올랐다. 쓰레기통에는 소주병, 맥주병, 위스키 병, 숙취해소제, 음식물 쓰레기까지 온갖 것들이 섞여 있었다. 쓰레기가 가득한 봉투 속에 술병이 든 봉투를 넣어 음주 행위를 감추려는 모습도 발견했다. 하지만 5호관 지하 쓰레기통에 당당히 올려져 있던 발렌타인 한 병과 참이슬 9병을 보자 차라리 가리려 했던 노력이 가상하다고 느껴졌다.

5일간 각 건물에서 나온 술병은 ▲5호관 41병 ▲2호관 33병 ▲학생회관 30병 ▲나빌레관 2병 ▲서호관 0병으로 모두 106병이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된 18일 이후에도 동방 내 음주 행각은 계속됐다. 영업시간 제한이 풀려 술집이 새벽까지 영업해도 영향을 주지 못했다. 동방 곳곳에서 술판이 벌어지고 있었다. 술병이 나오지 않은 건물은 동아리연합회실이 있는 서호관이 유일했다. 동방 내 음주를 금지하는 동아리연합회 회칙은 이미 무색해진 지 오래였다.

2호관 지하 동아리방 앞 쓰레기통의 모습
거리두기 전면해제 후 5호관(남) 지하에서 발견된 술병들

동방 음주, 제재는?

동방 내 음주는 현행 동아리연합회(이하 동연) 회칙 위반사항이다. 동연 세칙 제4장 17조 2항은 중앙동아리 자치공간 내 음주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음주 행위는 적발된 횟수만큼 경고가 주어지며, 누적될수록 동아리 운영에 제약이 가해진다. 경고 3회 누적 시 전체 동아리 대표자 회의에서 폐부되거나 가등록 상태로 강등된다. 강등된 동아리는 ▲예산분배권 ▲의결권 ▲공간권을 박탈당하고 일정 기간 안에 심사받아 다시 정등록되지 못할 경우 폐부될 수 있다. 가등록 동아리의 경우 3회 적발 시 즉시 폐부된다.

어려운 제재

동방 내 음주 행위가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으나, 이를 제지할 기구가 없어 난처한 상황이다. 지난 1월 동연 비상대책위원회 집행국이 총사퇴하면서 모든 업무가 중단됐다. 경고 발부도 이뤄질 수 없게 됐다. 음주 행위를 적발한다고 해도 손 쓸 도리가 없다.

현 상황에 대해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는 “학교가 직접 개입하거나 조치를 취하기보다는 학생들의 자율적이고 합리적인 해결 방안 도출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하루빨리 (동아리들의) 자정능력 회복과 동연 재건을 바란다”고 전했다.

김선빈 전 동연 비대위장은 “(현 상황에서) 동연이 필요한 것은 맞지만 동아리 통제만을 위해 있는 기구처럼 비치지 않았으면 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덧붙여 “학생들의 주인의식이 필요한 시점”이라 말하며 동아리들의 자정작용을 촉구했다.

동연은 동아리들의 자율적인 활동과 권리행사를 위한 의사표현기구다. 단순히 통제와 관리만을 담당하는 기구가 아니다. 권리를 행사하기 위해 진정 필요시 되는 것은 동아리들의 자정작용이다.

이지호 기자 12192861@inha.edu

<저작권자 © 인하프레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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