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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를 즐기다_책] 소년이 온다

기사승인 2021.11.29  00: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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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5월의 광주는 잊을 수 없는 참혹한 사건으로 기억된다. 그때의 기억은 잊히기는커녕 때때로 되살아나며 우리를 괴롭힌다.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소재로 한 이 책은 총 6장으로 구성돼 있다. 같은 날을 장마다 다른 서술자의 시점에서 다각도로 전달해 당시 상황 속 다양한 사건들을 볼 수 있게 한다.

1장은 동호의 시선으로 그날을 보여준다. 군인들이 시민을 공격하는 이유조차 모른 채, 소년들은 사람들이 무차별적으로 맞아 죽는 혼란 속에 가족을 찾으러 나섰다. 아무 잘못도 없는 자신들이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그러나 동호와 함께 군인의 눈을 피해 도망치던 친구 정대는 동호의 손을 놓쳐 총에 맞는다. 동호는 눈앞에서 죽어가는 친구와 동네 사람들을 보며 죄책감에 괴로워한다. 정대의 죽음과 동시에 어린 소년 동호의 영혼은 부서졌다. 친구의 시신을 찾기 위해 방문한 도청에서 동호는 “아무것도 용서하지 않을 거다. 나 자신까지도”라고 다짐하며 비참한 상황에 분통함을 표했다.

2장에서는 죽은 정대의 영혼이 그날의 이야기를 전한다. 총에 맞고 정신을 차리자, 주위엔 모르는 사람들의 시체가 쌓여 있었다. 너무도 끔찍해 도망치고 싶었지만, 혼으로 존재하는 이상 시체들의 주변을 맴돌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멋진 형들처럼 키가 크는 게 꿈이었고, 좋아하는 여학생을 안아보고 싶었던 어린 소년의 삶이 허무하게 끝났다. 순수했던 소년은 ‘나를 죽인 사람의 꿈에 나타나 악몽을 꾸게 하고 싶다’고 말하며 순수하고, 서글프게 울분을 토한다.

3장은 다시 동호가 이야기를 전달한다. 도청을 떠나지 않으면 전부 다 죽일 것이라는 계엄군의 엄포에도 동호는 꼼짝하지 않았다. 결국 이곳에 남은 시민들은 계엄군에게 철저하게 짓밟혔다. 총을 높이 들고 방어하던 시민들은 군인이 가까이 와도 방아쇠를 당길 수가 없었다. 방아쇠를 당기면 사람이 죽는다며 당길 수 없다고 외쳤다. 시민들과 달리 계엄군은 도청에 있는 사람들을 무분별하게 죽이기 시작했다. 동호 역시 그 속에서 죽음을 맞게 된다.

4장부터는 그날 이후 생존자들의 삶을 이야기한다. 군인들의 무차별적인 폭력 속에서 살아남았지만, 살아남았다고 할 수 없을 만큼 힘든 상황의 연속이었다. ‘빨갱이’라 불리며 가혹한 고문을 받던 사람들은 석방 이후 겨우 자유의 몸이 됐음에도, 정신적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당시 기억을 잊을 수 없어 자해를 시도하거나, 동료와 가족을 챙기지 못한 채 홀로 살아남았다는 죄책감에 빠지는 등 정상적 삶을 이어나가지 못했다.

1980년의 광주를 소재로 한 작품은 많지만, 이 책은 5.18 광주 민주화 운동 희생자들에게 더 초점을 맞춰 그들의 심정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 책을 통해 누군가는 잊지 못하는 그날, 누구도 잊어서는 안 되는 그날의 기억을 되새겼으면 한다.

장민서 기자 judy73jh@inha.edu

<저작권자 © 인하프레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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