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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리뷰 아닌 테러, 리뷰 갑질

기사승인 2021.10.04  01:3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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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 앱 이용자의 모습
배달 앱에서 보이는 악성 리뷰

 

 

 “리뷰 쓸 테니까 서비스 주세요”

요즘 배달 앱을 통해 가게를 운영 중인 자영업자들이 자주 듣는 말이다. 코로나19로 배달 앱 사용량이 크게 증가하면서, 이른바 진상 고객들의 갑질과 횡포 역시 크게 늘었다. 이들은 본인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낮은 별점과 악성 리뷰를 남겨 가게에 큰 타격을 준다.

6월 21일 새우튀김 1개에 불만을 드러낸 고객에게 고통받던 점주가 안타깝게 사망한 사건이 언론에 보도됐다. 주문한 여러 음식 가운데 새우튀김 3개 중 2개를 먹은 다음 날 1개의 색이 이상하다며 환불을 요구했고 이내 말다툼이 시작됐다. 말다툼 속에는 점주를 향한 폭언도 있었다. “세상 그따위로 살지 마 부모가 그렇게 가르쳤어?” 결국 업주는 사과와 함께 새우튀김값을 환불해 줬다. 그렇게 사건이 마무리된 줄 알았으나, 이 고객은 환불을 받은 후에도 배달 앱 ‘쿠팡이츠’에 악성 리뷰와 함께 음식값 전부를 환불해 달라고 요구했다.

 

리뷰가 뭐길래

정의당 ‘6411민생특별위원회’와 ‘정의정책 연구소’가 4월 16일부터 약 한 달간 수도권 지역(서울·경기·인천)의 자영업자들을 대상으로 ‘배달 앱 이용 실태 조사’를 진행했다. 이 설문조사에서 리뷰가 매출에 영향을 준다고 응답한 비율은 무려 74.3%에 이르렀다. 즉, 리뷰는 가게의 이미지는 물론 수익에도 상당한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한 본교 후문 자영업자 역시 “요즘 사람들은 리뷰 보고 주문하니까 리뷰에 신경을 쓰는 편”이라고 답했다. 자영업자들은 리뷰를 받기 위해 주먹밥, 음료수 등 서비스 음식을 제공하는 이벤트까지 하고 있다.

이벤트를 진행하며 받은 리뷰가 음식과 서비스만 평가하는 내용이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상당하다. 위 설문 조사에서 별점 테러나 악성 리뷰를 경험했다는 비율이 무려 63.3%에 달할 정도로 많은 자영업자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소상공인·자영업·창업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네이버 카페 ‘아프니까 사장이다’ 게시판에는 악성 리뷰로 힘들어하는 자영업자들의 한탄이 담긴 글이 연일 게시되고 있다.

“근데 리뷰 서비스 안 와서 1점!”

지금 당장 배달 앱에 접속해 리뷰 창을 보면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별점을 테러한 리뷰를 볼 수 있다.

리뷰 서비스가 안 와서 1점, 아이들이 마실 음료를 주문하지 않은 건 본인이지만 사장님의 배려가 아쉬워서 1점. 이런 리뷰 이외에도 서비스로 온 콜라가 미지근해서, 고추가 많이 들어간 음식을 시켰지만 고추가 많이 와서, 음식이 본인 취향이 아니어서, 본인이 기대한 사이즈가 아니라서 등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별점 ‘1점’을 준다.

우리 학교 주변에서 배달 앱을 사용하며 가게를 운영하는 자영업자들 역시 별점과 악성 리뷰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주안역 근처 중식 가게 사장 A씨는 “제 주위 사람들이 먹을 음식처럼 정성스럽고 최선을 다해 조리했지만, 악성 리뷰가 달린 것을 보면 마음이 너무 아프다”고 말했다. 또 “악성 리뷰가 작성돼도 손님이 요구하는 대로 해줄 수밖에 없다”며 고충을 호소했다. 이어 A씨는 “사실 음식에서 이물질이 나왔다고 해도 조리하다가 발생한 건지 직접 확인을 할 수 없어 속수무책이다”는 말을 전하며 리뷰의 신뢰도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인하대 후문 한식 가게 사장 B씨 역시 “터무니없는 요구나 본인의 이상과 다른 음식이 배달됐다는 등의 악의적인 리뷰를 많이 받았다”고 전했다. B씨는 악의적으로 작성된 리뷰에 대해 “나서서 대응하면 가게가 손해를 입을 수도 있어 일부러 대응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악성 리뷰가 가게 운영에 큰 피해를 미치는데, 이에 대응하면 더 큰 피해를 입을 지도 몰라 적극적 대응을 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더불어 배달대행업체를 이용하는 가게의 경우 업주의 과실이 아닌 ‘라이더 불친절’, ‘다른 주소에 배달’ 등 배달 관련 불만 사항도 리뷰·별점에 반영되는 것이 불공정하다고 호소했다.

 

별점 테러·악성 리뷰를 막기 위한 노력

별점 테러와 악성 리뷰의 심각성이 화두에 오르자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7월 11일 온라인 플랫폼 이용사업자·이용자 보호를 위한 5가지 정책을 마련했다. 정책은 ▲리뷰·별점 제도 개선을 위한 가이드라인 마련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이용자 보호 업무에 대한 평가 ▲플랫폼 이용사업자·이용자의 원스톱 피해구제 추진 ▲악성리뷰·별점테러 유통방지를 위한 ‘정보통신망법’ 개정 ▲플랫폼 이용사업자와 이용자 보호를 위한 별도 규율체계 마련이다. 방통위는 5개의 정책을 통해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하는 사업자의 피해를 방지하고, 최종 이용자의 선택권을 보장하는 등 모든 이용자를 보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의당은 ‘배달 앱 이용 실태 조사’를 바탕으로 플랫폼 업체의 책임을 강화하고 대가성 리뷰와 허위 리뷰 작성에 대한 금지 및 처벌을 명시한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배달 앱 자체에서도 업주의 피해를 보호하기 위한 방안이 마련되고 있다.

쿠팡이츠는 이른바 새우튀김 갑질 논란에 업주들을 보호한다는 ‘쿠팡이츠 재발방지 정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뒤늦은 대책과 업주를 보호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며 네티즌들의 질타를 받았다. 이후 쿠팡이츠는 갑질 이용자를 제재하는 방안을 시행하기로 하고 약관을 개정했다. 개정된 약관에 따르면 욕설, 폭언, 성희롱 등이 포함된 리뷰는 차단된다. 더불어 해당 작성자가 남긴 별점은 평가에 반영되지 않는다.

요기요 역시 일부 이용약관을 변경하고 악성 게시물 등에 대해 구체적인 제한 요건을 기재했다. 이외에도 인공지능 및 리뷰 전담팀으로 구성된 2단계 리뷰 모니터링 시스템 운영, 클린 리뷰제도 시행 등 악성 리뷰를 방지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배달의민족은 2019년도부터 리뷰 검수 전담 조직을 운영해 리뷰시스템을 강화하고 업주를 보호하려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의도적인 악성 리뷰는 테러

별점 테러와 악성 리뷰가 화두에 오르면서 갖가지 노력으로 이를 개선하려는 움직임이 보여지고 있으나 여전히 자영업자들은 리뷰 갑질에 시달리고 있다. 물론 소비자가 음식을 먹고 리뷰를 작성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다. 그러나 의도적인 악성 리뷰는 명백한 테러다.

‘손님은 왕’이 아니다. 자영업자가 파는 음식과 서비스를 소비하는 ‘소비자’일 뿐이다. 자신의 이득을 위해 타인의 생계를 파괴하는 행위는 근절돼야 한다. 배달 플랫폼 이용업자를 보호하려는 제도적 방안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소비자 개인의 태도가 가장 중요하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식 대응은 안 된다. 문제점이 제기됐을 때 더 이상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속히 대응해야 한다.

갑을 관계가 아닌 동등한 입장에서 업자와 고객의 상호작용이 이루어지길 희망한다.

신지수 기자 jagun0331@inha.edu

<저작권자 © 인하프레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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