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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톡톡] 가을 하늘은 왜 유독 높고 파랄까?

기사승인 2021.10.04  01: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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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이 줄줄 흐르던 여름이 지나고 시원한 바람이 부는 가을이 왔다. 볕이 좋아 하늘을 올려다보니 오늘따라 높고 파란 하늘이 눈에 들어온다. 문득 머릿속에 궁금증이 떠오른다. 왜 가을 하늘은 유난히 높고 파란 걸까?

“날이 좋고 시원하니까 기분 탓이겠지”라 생각했다면 아쉽게도 잘못 짚었다. 청명한 가을 하늘에는 여러 과학적 원리가 숨어있다.

가장 흔히 말하는 근거로 ‘빛의 산란 현상’이 있다. 기억을 되짚어보면, 우리는 초등학교 과학 시간에 빛은 색깔마다 서로 다른 파장을 갖고 있다고 배웠다. 빛이 프리즘을 통과하면 색깔이 분리돼 무지개처럼 보이던 모습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빛은 빨간색에 가까울수록 긴 파장을, 남색과 보라색에 가까울수록 짧은 파장을 갖는다.

태양빛이 대기층을 통과하면 공기 중의 산소나 수증기와 같은 미세 입자와 부딪히며 퍼지는 ‘산란 현상’이 일어난다. 이때 짧은 파장을 갖는 파란색 계열이 유독 많이 퍼져 우리 눈으로 볼 수 있는 푸른 빛을 가지게 된다. 그렇다면 “더 짧은 파장인 보라색으로 보여야 하는 거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 있다. 보라색의 경우 자외선과 파장이 상당히 비슷하다. 때문에 자외선을 흡수하는 오존층을 지나면 보라색 파장과 자외선이 흡수돼 파란색만 하늘에 남는다.

가을이 오기 전, 장마와 태풍 등으로 인해 내리는 많은 비도 높고 푸른 하늘을 만드는데 한몫한다. 공기 중의 먼지들이 빗물로 인해 씻겨 나가 깨끗한 공기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빛의 산란이 더 높은 고도에서 이뤄지고, 우리가 보는 하늘 높이가 더 높아진다.

‘기단’ 또한 무시하지 못한다. 기단이란 한 지역에 오래 머물며 그곳의 지표면 성질이 반영된 공기 덩어리다. 우리나라의 가을은 고온다습한 북태평양 기단이 힘을 잃는 계절이다. 대신 온난건조한 양쯔강 기단이 우리나라에 많은 영향을 준다. 양쯔강 기단으로 인해 대한민국은 이동성 고기압 영향권에 들며 하강 기류가 만들어진다. 이는 공기 중에 떠다니는 먼지를 밀어내 맑은 공기가 형성되게 한다. 고기압으로 인해 건조해진 공기도 하늘을 푸르게 하는 데 일조한다. 태양빛과 수증기는 충돌하면서 하늘이 하얗게 보이도록 만드는데, 건조한 공기에선 이런 현상이 줄어들어 하늘이 더욱더 파랗게 보인다. 또한 수분이 많은 여름 공기가 하강 기류로 인해 지표 부근으로 내려오면, 지면의 높은 기온으로 인해 구름이 만들어지지 못해 맑은 하늘이 된다.

천고마비의 계절 가을. 우리 선조들은 예부터 사자성어를 통해 가을 하늘을 높다고 표현했다. 애국가 3절에서도 ‘가을 하늘’은 ‘높고 구름 없이’라는 가사를 찾아볼 수 있다. 빽빽한 강의노트 대신 고개 들어 맑고 푸른 하늘을 바라보자. 탁 트인 하늘을 보면 갑갑했던 마음에 해방감이 찾아오지 않을까? 때로는 잠시 모든 것을 접고 높고 파란 하늘 밑에서 여유를 가져보자.

김기현 기자 12192699@inha.edu

<저작권자 © 인하프레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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