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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얼어붙은 청년 정치

기사승인 2024.06.02  21:4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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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청년기본법은 제1장 제3조에서 ‘청년이란 19세 이상 34세 이하인 사람을 말한다’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다만, ‘다른 법령과 조례에서 청년에 대한 연령을 다르게 적용하는 경우에는 그에 따를 수 있다’는 부연도 덧붙이고 있습니다. 최근 여당에서도 청년의 법정 연령 기준을 만 34세에서 최대 만 39세로 상향 조정하는 내용의 청년기본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는 만큼, 본 기사에서도 청년의 기준을 ‘19세 이상 39세 이하’로 설정했습니다.

청년층, 특히 20대는 정치에 무관심하다는 인식이 만연하지만, 그들은 점진적인 투표율 상승으로 정치권을 향해 나름의 메시지를 투사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그러한 흐름 마저 주춤한 채, 정치적 피로감만이 팽배하다. 청년이 정치에 무관심하기에 그들을 위한 정책과 공약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는 정치권의 관성적인 풍토를 향해 청년은 이렇게 묻는다. “애초에 우리가 끼어들 자리가 있는가?”

 

제21대 총선 이후 찾아온 ‘청년 정치 골든타임’

제21대 총선을 통해 국회에 입성한 청년 국회의원 수는 11명이다. 제20대 총선과 비교하면 무려 8명이나 늘어난 수치지만, 전체 국회의원의 3.6%에 해당하는 처참한 숫자다. 제21대 총선은 만 18세가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는 첫 선거였으나, 반전은 없었다. 11명의 청년 의원 중 단 6명만이 지역구 선거를 통해 당선됐고, 나머지 5명은 비례대표 제도를 통해 의원 배지를 획득했다. ‘젊은이’를 비례대표 상위 순번에 배치하는 기성 정치권의 ‘관례적 배려’가 없었다면 청년 국회의원 비율은 2%로 추락한다.

이후, 여느 때와 같이 정치판에서 ‘들러리’ 역할을 하는 데 그치는 줄로만 알았던 청년이 중앙정치의 한복판에 연이어 입성하게 되는 사건이 일어났다. 만 36세의 ‘0선’ 정치인 이준석이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선출되며 청년 정치의 깃발을 높이 들었고, 이에 대응하듯 더불어민주당은 디지털 성범죄의 심각성을 널리 알린 박지현을 대선캠프에 영입했다. 대선 직후 박지현이 더불어민주당의 공동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임명되며,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치르는 거대 양당을 모두 2030 세대가 이끄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제21대 총선 이후로 청년과 청년 정치는, 대선과 지방선거 전후 약 2년 남짓한 기간 동안 명실상부 한국 사회의 주요 화두였다. 모든 정당이 청년 정치인의 육성을 이야기했으며, 상대 당의 유력 청년 정치인의 존재감을 시기했다. 청년 유권자를 투표장으로 이끌만한 정책과 공약을 경쟁적으로 앞다투어 발표한 건 덤이다. 이 시기를 가히 ‘청년 정치 골든타임’이라고 일컬을만하다.

 

사라져가는 청년 정치인, 희미해지는 청년 정치

김영삼 대통령이 호기롭게 ‘40대 기수론’을 내세우며 세대교체를 부르짖었던 1970년으로부터 50년이 넘게 흐른 지금, 대한민국의 정치 상황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청년층에 응답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입어, 그들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만한 정책들도 시행돼 왔다. 그러나 그러한 정책의 입안자이자 수행자의 대부분은 50대 이상의 정치인 혹은 관료들이었으며, 청년의, 청년에 의한, 청년을 위한 정치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국회의원 고령화 추이는 가파른 상승률을 보인다. 1948년 제헌국회(47.1세) 이래 40년 가까이 국회의원의 평균 연령은 50대를 밑돌았다. 민주화의 물결이 일렁이던 1987년 제13대 국회를 시작으로 국회의원 평균 연령이 50대를 넘겼고, 18·19·20대 국회를 거치며 평균 연령은 53.5->53.9->55.5세로 높아졌다. 제20대 국회의 평균 연령 55.5세는 역대 최고에 해당하는 수치다.

제20대 총선 당시 전체 유권자 중 청년 비율은 약 1,500만 명에 해당하는 35.7%였으나, 전체 국회의원 중 청년 당선인은 단 3명에 불과했다. 제21대 총선에서의 청년 당선인 수는 제20대 총선의 3배 이상에 해당하는 11명이었지만, 전체 당선인 300명의 평균 연령은 54.9세로 제20대 국회에 비해 단 0.6세가 젊어졌을 뿐이다. 제21대 국회는 역대 2위 고령 국회에 해당한다.

제22대 국회도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이다. 제22대 총선에 공천된 청년 지역구 후보는 전체의 5.3%로, 6.3%를 기록한 제21대 총선과 비교해도 감소했다. 주요 양당의 청년 지역구 후보는 더불어민주당에서 9명(3.6%), 국민의힘에서 8명(3.2%)에 그쳤고, 그마저도 대다수가 당선 가능성이 낮은 험지에 배치됐다. 

22대 총선에서 당선된 40세 미만의 청년 정치인은 14명에 불과하다. 국민의힘에서 지역구 당선자 4명, 국민의힘 계열 비례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에서는 단 1명의 청년 당선자를 배출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지역구 당선자 5명, 민주당 계열 비례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은 2명의 청년 당선자를 배출했다. 제3지대 정당인 개혁신당에서는 2명의 청년 당선자가 나왔다. 그러나 제22대 국회의 평균 연령은 56.3세로, ‘역대 최고령 국회’의 오명을 쓰게 됐다.

 

도사리는 ‘현실의 벽’

앞선 분석이 우리에게 말해주는 것은, 현재 현실 정치를 향한 청년들의 도전이 ‘사실상 없는’ 수준이거나, 있다고 한들 ‘계란으로 바위 치기’에 불과한 실정이라는 것이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막대한 정치 비용 혹은 조직 운영 등 청년의 신분으로 감당하기 힘든 현실의 장벽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우리나라는 선거에서 후보들의 무분별한 난립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기탁금 제도를 두고 있다. 지역구 출마 등록자를 기준으로, 총선 예비 후보자는 후보자 기탁금으로 1,500만 원에 달하는 거금을 지불해야 한다. 비례대표 후보자의 기탁금을 1,500만 원에서 500만 원으로 하향하는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이 2020년 국회를 통과하긴 했으나, 기탁금에 더해 각종 여론조사 비용, 현수막·명함·SNS 관리 등 홍보 비용, 사무실 임대부터 차량 등 선거 운동 비용까지, 선거를 치르는 데 필요한 비용은 청년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훨씬 뛰어넘는다. 사회에 발을 내디딘 지 얼마 되지 않은 청년들에게 막대한 정치 비용은 정치에 도전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게 한다.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캠프에서 실무를 담당했던 정치외교학과 박 모 학우는 “청년이 정치에 입문하기 위해서는 정치를 시작할 수 있는 발판이 필요하다”고 운을 뗐다. 이어 “청년의 나이로 자신의 조직을 꾸리거나 실전 정치 경험을 쌓는 것은 어려운 일이며, 정당 차원에서 국회, 선거캠프, 여러 산하 위원회 및 기관을 통해 경험과 공부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야 하며 단계별로 기반을 쌓을 수 있도록 해 청년 정치인의 불확실성을 줄여줘야 한다”고 전했다. 이에 더해 “청년 가산점 등 정당에서 청년을 배려한다는 명목으로 부여하는 혜택들은 의미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기존의 유력 정치인을 상대로 경쟁해야 하는데, 가산점을 받아봐야 얼마나 이득이 있겠는가”라고 현 제도에 아쉬움을 표했다. 다만 청년 정치인이 되고자 하는 이들의 생각이 변화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함께 지적했다. 그는 “정치를 하고자 하는 청년들이 마치 자신이 약자인 것처럼 생각하는 것 같다”며 “청년이라는 수식어 없이도 정치인으로서 인정받도록 노력해야 지속 가능한 정치인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치적 갈라파고스’ 대한민국

2021년 2월 24일 국회입법조사처가 발간한 ‘청년 정치참여 현황과 개선과제’ 보고서에 의하면, 한국은 OECD 국가 중 40세 미만 청년 국회의원 비율이 가장 낮은 국가에 해당한다. 제21대 총선의 40세 미만 청년 유권자는 전체 유권자의 1/3에 해당하는 33.8%이지만, 당선된 40세 미만 의원은 이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므로 국회의 청년 대표성이 현격히 떨어진다는 것이 해당 보고서의 골자다. 반면 노르웨이(34.3%), 스웨덴(31.4%), 덴마크(30.7%) 등 북유럽 국가들은 청년 국회의원 비율이 30%에 달했으며, 프랑스(23.2%), 영국(21.7%), 독일(11.6%), 미국(11.5%), 일본(8.4%) 역시 청년 국회의원 비율이 한국보다 월등히 높다.

청년 정치 교육이 활성화된 국가인 독일의 경우 14세부터 당원 가입 혹은 정당의 청년 조직 가입이 가능해 어린 나이부터 다양한 정치 활동을 경험할 수 있다. 독일 연방하원에 의석을 가진 모든 정당은 산하에 청년 조직을 두고 있으며, 대표적으로 앙헬라 메르켈 전 총리가 몸담은 기독교 민주 연합(CDU)에는 ‘Junge Union’(JU) 이라는 정치 조직이 있다. JU는 1947년에 창설돼, 14살부터 35살까지의 청년 12만여 명을 회원으로 보유한 유럽 최대의 청년 정치 조직이다. 이러한 청년 조직의 활동과 운영에 소요되는 재정은 기부와 회비, 국가보조금 등을 통해 조달된다.

또한 독일의 비영리단체인 Unter18이 주관하는 ‘U18 프로젝트’ 제도를 통해, 국적에 관련 없이 독일에 거주하는 18세 미만의 모든 청소년이 실제 선거가 실시되기 9일 전, 투표소에서 모의 투표에 참여할 수 있다. U18 프로젝트를 통한 투표는 2009년 독일 연방의회 선거에서 최초로 실시됐으며, 16개 주 전역 총 1,000여 개 투표소에서 약 12만 명의 청소년이 투표에 참여했다. 이 숫자는 2017년 연방의회 선거에 이르러서는 총 1,660개 투표소에서 약 22만 명의 참여로 대폭 증가했다. 청소년은 단순한 투표 행위를 넘어 연방과 지역의 U18 사무국을 통해 정당별 차이 학습과 정책 비교를 통해 자신의 정치적 가치관을 형성하는 과정을 거친다. 정치 참여를 통해 정치적 관심도를 높이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돼 있는 것이다.

독일과 마찬가지로 한국의 정당들도 각자의 청년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중앙·지역별로 각각의 청년 조직을 두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전국청년위원회와 기타 청년 조직들을 ‘전국청년당’으로 개편해 2020년 출범시켰고, 중앙 조직에 편제된 청년정책연구소·청년지방의원협의회·전국대학생위원회와 함께 청년정책의 수립과 인재 양성을 도모한다. 국민의힘도 2020년 당내 청년 당인 ‘청년의힘’을 출범시켜 청년 조직을 강화하려는 의지를 보였으나, 당헌·당규에 관련 규정이 마련돼 있지 않아 청년의힘은 독자적인 의결권과 예산권 등을 갖지 못한 채 방치된 상황이다. 14세부터 정치활동이 가능한 독일과 달리 한국은 법률로 당원 가입 가능 연령을 18세로 제한하고 있으며, 유력 정당들의 청년 관련 활동이 상당히 제한적이고 참여도 저조한 것이 현실이다.

한국은 청년 인재의 당내 육성에 집중하기보다, 선거철마다 ‘인재 영입’이라는 명목으로 정치 경험이 전혀 없는 청년들을 외부에서 수혈하기 일쑤다. 각 당은 20대의 청년을 경쟁적으로 영입해 이미지를 쇄신하기 위해 노력하나 선거용으로만 잠시 주목받을 뿐, 그들이 당내에서 소신 있는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환경은 쉬이 조성되지 않는다.

 

어설픈 정치 교육, 한국 사회의 현주소

대한민국의 현행 교육과정에서, 정치 교육은 ‘도덕’, ‘사회’, ‘정치와 법’ 등 소수 과목에서만 다뤄진다. 정치의 기능, 정치 참여, 민주주의, 헌법 등 민주국가라면 필히 교육과정에서 가르칠 법한 기초적인 내용은 포함하고 있으나, 어디까지나 이론적 내용을 바탕으로 한 교과 공부일 뿐이다. ‘정치 교육’이라는 범주와 가장 밀접한 내용을 다루는 과목인 ‘정치와 법’은 교육과정상 고등학교 일반 선택 과목이고, 수능 선택자 수 기준 만년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는 과목이기에, 아예 배우지 않는 학생들도 많은 실정이다.

올해 신입생인 김주은(정외·1) 학우는 “고등학교 정치와 법 과목은 너무 이론적인 부분에 매몰돼 있다. 실제 정치를 미리 경험하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또 “(고등)학교에서 정치 얘기를 하는 것만으로도 불편함을 느끼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이러한 점이 개선되고 자유로워져야만 건강한 정치 문화를 만들어갈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상남도 김해의 한 공립 고등학교에서 근무하는 전 모 교사는 “고등학생이라면 때에 따라 투표권도 부여받으며, 이른 시일 내 사회로 진출하게 되는 핵심적인 주체”라며 “현실정치와 맞닿은 토론 혹은 논쟁을 전혀 겪어보지 않은 채로 성인이 된다면, 성숙한 민주 시민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어쩔 수 없는 해답은 ‘관심’

지난 18대 총선에서 28.1%에 불과했던 20대 유권자 투표율은 19대 총선에서 41.5%, 20대 총선에서 52.7%, 21대 총선에서는 58.7%까지 상승했다. 이러한 투표율의 비약적인 상승에는 대 국민적 관심을 받는 청년 정치인들의 등장과 반값 등록금, 청년수당 등 20대의 주목을 이끌어낸 공약이 상당한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짐작된다.

그러나 가장 최근의 전국 단위 선거였던 제8회 지방선거에서, 30대(37.8%)와 20대(36.3%), 19세(35.7%), 18세(36.1%) 등 30대 이하의 투표율은 모두 30%대에 머물렀다. 청년층은 그간 투표율 상승을 통해 정치권을 향해 꾸준한 ‘구애’의 메시지를 보냈으나, 희망 고문과 정쟁을 일삼는 정치권의 행태에 지쳐 점진적으로 타올랐던 청년 정치와 정치적 효능감의 불씨가 일순간에 사그라든 것이다.

이시성 정치외교학과 겸임교수는 “정치적 효능감이란 투표를 하거나 정치에 참여했을 때, 내가 얻을 수 있는 이익이나 기대감이 존재하는 상태를 말한다”고 운을 떼며 “협치가 전혀 이뤄지지 않는다거나, 연금 문제 등 미래 세대에 굉장히 중요한 현안들을 제대로 다루지 않는 기성 정치인들의 모습이 청년들에게 충분히 믿음을 주지 못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더해 “투표 이외에도 SNS 등 청년들이 정치적인 의사 표현을 할 수 있는 경로가 많이 생겼다는 것도 투표율 하락의 이유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지 못한다”는 법언처럼, 청년들이 정치로부터 등을 돌려 정치적 의사 표현을 포기하는 방식을 택하는 것보다는, 기득권적 정치 행태를 혁파하는 등 가능한 범위 내에서 최대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현실정치에 참여하는 방안 역시 고려해 볼 수 있다고 전문가는 얘기한다.

이 교수는 “겉으로 보기에는 청년들이 정치에 무관심해 보이지만, 이들에게 확신을 주지 못한 기성 정치권의 잘못도 분명히 존재한다”며 “지난 십수 년간 청년 정치인들을 통해 청년들의 삶이나 정치 환경에 변화가 있었는지에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 “청년들의 목소리를 담아 대의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현실정치에 과감하게 뛰어들라고 말해주고 싶다”며 청년들에게 두려워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도전하라는 조언도 함께 전했다.

박하늘 기자 skyrobbie@inh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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