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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무너진 학생사회, 재건을 향한 도약

기사승인 2023.11.28  16:5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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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세기 학생자치사 3부(完)

-21세기 학생자치사 2부에서 이어짐

4년간 이어진 ‘비대위’의 시대

2016년 본선거 무산 이후, 2020년 본선거 이전까지 총학생회(이하 총학)는 ‘후보자 없음’, ‘투표율 미달’ 등으로 정식 대표자 없이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체제로 이어진다. 그러던 2019년 말 ‘비상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이 봉사장학금을 수령할 수 있는지에 대해 ‘(구) 학생회칙’에 명확한 규정이 없다는 사실이 문제가 돼 2020년 회칙개정특별위원회(이하 회개특위)가 발족한다.

그러나 2020년 회개특위는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하기도 전에 소속 대의원들이 물의를 빚어(코로나19 방역 수칙 위반) 사퇴하면서 위기를 맞는다. 남은 위원들이 개정 시도를 이어갔으나, 총대가 당시 회칙을 거론하며 “대의원이 주도하지 않은 회칙개정은 위법하다”는 유권해석을 내놓아 총투표는 이뤄지지 못했다. 이에 회개특위 부위원장이던 전승환(정치외교학)은 회칙개정을 최우선 공약으로 내세우며 총학생회장에 출마해 당선됐다. 이로써 4년간 이어진 ‘비대위의 시대’는 막을 내린다.

변화는 우리로 ‘인하’여

총학생회 공약에 따라 2021년에도 회개특위가 구성됐고, 전승환 회장은 연이어서 부위원장을 맡았다. 회개특위는 매주 화요일 정기 회의를 개최해 이전부터 내려오던 개정안을 보완하며 개정 작업을 해나갔다. 개정안 작성이 마무리된 8월 17일, 화요일이었던 그날도 회개특위가 열렸지만 전승환 부위원장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회의가 열리기 불과 5시간 전, 교육부의 ‘2021 대학기본역량진단 가결과’에 대한 보도유예(일명 엠바고)가 해제된다. 해당 결과에서 인하대는 ‘일반재정지원 목록’에서 빠져 있었다.

대학기본역량진단은 ‘기본적인 역량을 갖추지 못한 대학에 대해 재정지원을 중단해 정원 감축을 유도’하는 정책이다. 본교는 “ACE+ 사업 등 정부 사업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았던 인하대가 미선정된 것은 불합리하다”며 “교육부는 심사 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교육부는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자, 본교 구성원들은 대대적인 항의에 나선다

‘교육부 사태’가 발발하고 사흘이 지난 8월 20일, 학생들은 자택에 있던 학과 점퍼(일명 과잠)를 학교 본관으로 발송한다. 코로나19 방역 수칙으로 인해 오프라인 집회가 불가능했기 때문에, ‘과잠시위’로 항의의 뜻을 표하기로 한 것이다. 총학 임원들과 자원봉사 학생들은 학교로 모인 950여 벌의 ‘과잠’을 본관 하나홀에 전시했다. 과잠시위는 외부 언론에도 대대적으로 보도되며, 전국적인 이목을 끌었다.

총학은 △본교 구성원과 공동 기자회견 주최 △교육부 국정감사에 참고인 출석 △인천 지역 정치인과 수시 소통 △학생, 학교, 동문,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인하발전토론회 개최 등 미선정 결과를 바로잡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을 쏟았다. 결국 이는 이듬해인 2022년 ‘일반재정지원대학 추가선정’이라는 성과로 이어졌다. 교육부가 일반재정지원대학 미선정 대학에 대해 추가선정을 한 첫 사례였다. 2021년 총학생회가 보여준 일련의 활동은 ‘학생자치의 역할과 필요성’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으로 기억된다.

‘과잠시위’ 현장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전승환 제41대 총학생회장(사진제공=대외홍보팀)

절체절명의 위기와 이어지는 회칙개정

그러나 전승환 회장의 최우선 공약이었던 ‘회칙개정’은 해가 넘어갈 때까지 이뤄지지 못했다. 가장 큰 이유는 ‘축제 무산에 따른 총학 지지율 급락’이었다. 2021년 총학은 ‘비룡제’를 재개하겠다고 밝혔으나 방역지침으로 인해 많은 학생이 참여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축제 기간에 3억여 원을 사용한다는 점 때문에 논란이 일었다. 결국 총학이 비룡제 취소를 결정하면서, 많은 학생들이 총학에 대한 지지를 철회했다. 그 해 회칙개정 총투표는 성사 정족수의 절반을 겨우 넘긴 25.44%로 무산된다. 당시 회칙상 회칙개정 총투표가 무산된 경우 대의원총회로 넘어갈 수 있었으나 대의원들도 “투표율이 저조해 학우들의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부결에 힘을 실었다.

총학생회 선거가 무산되고, 유일한 단과대 학생회장이었던 한혜민(체육교육) 사범대 회장이 총학 비대위장을 맡았으나 2월 말, 건강상 이유를 들어 사퇴를 발표한다. 2022년 학생사회는 이제 막 새내기를 벗어난 권수현(정치외교학) 정책국원이 총학에 홀로 남아, 예산 집행권이 없는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 수석국장 직무대행’으로 활동해야 하는, 그야말로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는다.

한편 4월 재선거에서 총대 의장단으로 출마한 이헌재(아태물류학)와 이재빈(사학)은 ‘신규자치단체 설립, 선거성립선 완화, 징계 절차 정상화’를 골조로 한 회칙일부개정을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한다. 회개특위가 구성되고, 내부 논의 끝에 개정 방향은 ‘일부개정’에서 ‘전부개정’으로 바뀐다. *인하대학신문 1304호 [회칙개정 비하인드] 참조. 일련의 과정을 거쳐 개정안은 학생총투표에 부쳐지지만 투표율이 개표 정족수에 못 미쳐 끝내 무산된다. 이에 회칙개정권은 다시 대의원회로 넘어간다.

학생사회를 뒤흔든 열흘

회칙개정안을 심의하는 2022년 2학기 제2차 대의원 임시총회는 12월 21일 열렸다. 3시~4시경, 회개특위 위원 및 자문위원의 발제와 대의원들의 질의응답이 이뤄졌다. 일부 대의원의 회칙개정 홍보가 다소 부족했다며 비판하기도 했지만, 그런 의원들조차도 회칙개정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동감한다는 의사를 표했다.

오후 7시경, 총회 참관을 마친 본지 기자들이 신문사 편집국에서 앉아 있던 와중 노크 소리가 들리더니 학생 네댓 명이 우르르 들어왔다. 권수현 총학생회장 당선인, 김해람(중국학) 총대 의장 당선인, 이헌재 총대 의장, 김선빈(정보통신공학) 중운위 의장, 이재빈 총대 부의장이 그들이었다. “회칙개정이 부결됐다”는 소식과 함께 말이다. 사회과학대, 사범대 등 당시 중앙위원회(現 상임위원회)에서 높은 영향력을 행사하던 이들이 있던 단대에서는 대부분 찬성표가 나왔지만, 의과대와 경영대에서 무더기 반대표가 나오면서 회칙개정에 필요한 3분의 2 찬성을 채우지 못했다. 이에 학생자치 지도자들은 당시 회칙에서는 사문화됐던 ‘중운위의 재심의 요구권’을 활용해 대의원총회를 다시 한번 열고, 회칙개정을 시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다음날인 12월 22일 2시 22분, 본지는 회칙개정이 부결됐다는 사실을 속보로 전한다. 인하광장과 에브리타임 등 학내 커뮤니티에는 총대를 비판하는 글이 쇄도했고, 김해람 당선인과 이재빈 부의장도 입장을 밝혔다. 총대 의장단은 반대 대의원들의 소속과 반대 이유를 밝혀 대의원들을 압박했고, 오후 10시 비대면으로 열린 긴급중운위에서는 회칙개정 부결에 대한 재심의를 요구했다. 이에 총대는 24일 중앙위원회를 개최해, 일주일 후인 31일에 대의원총회를 열기로 했다. 그러나 중운위가 대의원총회의 의결을 함부로 뒤집게하는 건 부적절하다며 ‘재심의 요구안을 받아들일지’를 먼저 심의하고, 재심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2022년의 마지막 날, 회칙개정의 운명을 결정할 마지막 대의원총회가 열렸다. 총회에서는 “최고의결기구인 대의원총회의 결정에 불복한 점”을 두고, 김선빈 중운 의장과 이헌재 총대 의장에 대한 질타가 이어졌다. 재심의 요구에 찬성한다는 취지로 발언하는 의원은 없었다. 이어진 ‘재심의 요구안 수용 여부’ 표결에서 찬성이 과반을 넘기기는 했으나 3분의 2에는 미치지 못해, 회칙개정안은 부결이 전망됐다. 그러나 곧바로 진행된 회칙개정 표결에서 참석 대의원 69명 중 46명이 찬성표를 던지며 단 1표 차이로 가결이 선포됐다. ‘재심의 요구’ 조문의 시의적절한 발굴과 학생들의 열렬한 회칙개정 지지, 총대 지도자들의 단호한 의지가 맞물려 ‘반전의 반전’을 거듭한 이 시기, 2022년 12월 21일에서 2022년 12월 31일은 가히 ‘학생사회를 뒤흔든 열흘’이라고 불릴 만했다.

2023년 1월 1일, 권수현 신임 총학생회장이 중앙학생회칙을 공포하면서 본교 학생회칙은 17년만에 바뀌었다.

학생회는 무엇을 지향해야 하는가?

이 글은 인간적, 시대적 한계 속에서 나름대로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분투한 젊은이들의 기록이다. 자기계발과 취미생활, 그리고 학생자치 사이에서 끊임없이 머뭇거린 수많은 '나'들의 기록이자, '학생회는 무엇을 지향해야 하는가?'를 두고 치열하게 토론한 '우리'의 기록이기도 하다. 선배들이 남긴 고민의 결말은 우리에게로, 또 우리 후배들에게로 넘어간다. 앞선 세대가 학생운동의 종결과 비운동권의 도래를 선택하기는 했으나, 그게 궁극적인 정답이 될 수는 없다. 인하대학교가 존재하는 한, 그 안에서 다양한 성향과 의견을 가진 학생들이 부대끼며 살아가는 한, 이런 고민은 영원히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이 몇 년도를 살아가는 중인지는 알 수 없으나 이제는 당신이 대답할 차례다. 과연 “학생회는 무엇을 지향해야 하는가?”

이기원 기자 qnal44@inh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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