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default_setNet1_2

[기자담론] 학생자치는 왜 다시 망했나?

기사승인 2023.11.26  21:36:10

공유
default_news_ad1
이기원 기자

학생자치의 역사에서 2023년은 여러모로 뜻깊은 해다. 중앙학생회칙이 전부개정됨에 따라 자치기구들은 시대착오적인 회칙 문구에 얽매이지 않고 학생자치를 펼쳐나갈 수 있었다. 모든 중앙자치기구와 7개 단과대 학생회(전체의 63.6%), 54개 학과 학생회(전체의 81.8%)는 ‘비상대책위원회’같은 꼬리표 없이 정식 자치기구로 활동했다. 그동안 학생자치의 혜택으로부터 소외됐던 미래융합대학과 소프트웨어융합대학 학생들도 그들만의 학생자치기구를 가지게 됐다.

올해로 총학생회 3년 차를 맞은 권수현 총학생회장은 ‘교육부 사태’때부터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학교본부와 지역사회 정책에 학생들의 요구사항을 반영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총대의원회(총대)도 의장단과 상임위원회, 법제연구국(舊 회칙연구국)의 수고 덕에 방대한 세칙 제·개정 작업을 대부분 완료할 수 있었다. 물론 총대 의장의 잘못된 판단으로 3개월간 자치비 행방이 묘연해졌다는 점은 학생자치사의 오점으로 남았다. 그럼에도 회칙의 미비로 ‘징계’가 전혀 불가능했던 이전과 달리 총대 대표자도 탄핵소추될 수 있다는 선례가 생겼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보인다.

이처럼 올해 학생자치는 ‘21세기 들어 가장 성공적’이라고 할 만큼 많은 성과를 거뒀다. 학생자치에 진부할 정도로 따라붙던 ‘위기’라는 수식어가 거의 거론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보더라도 2023년은 학생자치에 있어 꽤나 성공적인 해였다.

안타깝게도 이런 성과가 ‘학생자치의 부활’로는 이어지지 못했다. 제43대 총학생회 선거는 후보자 사퇴로 치러지지 못했고, 단과대학 학생회장은 자연과학대 하나뿐이다. 정원이 123명인 대의원회는 당선인이 19명에 불과한 데다, 그나마도 몇몇 단대에 치중돼 있어 8개 단위는 아예 대의원회를 구성하지 못한다. 말하자면 학생자치는 또다시 망했다.

왜 그랬을까? 왜 학생자치는 또 망해야 했을까? 많은 원인이 있겠지만, 무엇보다 ‘학생들의 눈높이’와 ‘자치기구 유입에 대한 유인’이 불일치한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보인다. 대표자가 되려면 하루 중 대부분을 학생자치에 쏟을 각오를 해야 한다. 기꺼이 시간을 투자할 각오가 있다고 누구나 자치기구 임원을 맡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가령 총학생회장의 경우, △학생들에게 필요한 사안들을 공약으로 발굴하는 정책적 역량 △학생들의 요구사항을 학교에 관철할 수 있는 정치력 △‘비룡제’ 같은 큰 사업을 잡음 없이 마칠 수 있는 꼼꼼함 △높은 학생회칙 이해도 △비판과 비난에 대한 인내력 등 많은 역량이 필요하다. 이런 모든 요건을 충족할 만한 인재는 인하대 어딘가에 있겠지만, 그들이 혹독한 검증 과정과 고된 업무가 따르는 학생자치기구 대표로 나서리라는 보장은 없다.

다행히도 지금 학생자치가 직면한 위기가 ‘전례 없는 위기’는 아니다. 2022년 학생사회는 ‘비대위장 없는 비대위’로 축제조차 치를 수 없었지만, 중앙학생회칙전부개정이라는 역사적 과업을 완수하며 학생자치의 새로운 전기를 열었다. 마냥 ‘이상’적으로 느껴졌던 개정 회칙은 이제 우리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많은 우여곡절이 있을 테고, 때로는 좌절감에 흐느끼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이 글을 읽고 있는, 언젠가의 인하대를 살아갈 바로 ‘당신’은 무너진 학생사회를 일으킬 수 있는 역량을 가지고 있다고 필자는 믿는다. 무운을 빈다.

 

이기원 기자 qnal44@inha.edu

<저작권자 © 인하프레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4
default_side_ad1

인기기사

default_side_ad2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etNet2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