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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인천을 위한 논설 한 페이지

기사승인 2023.10.29  21:2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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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인천일보는 1988년 7월 15일에 창간해, 인천에 본사를 둔 지역 언론입니다. 창간 이전, 독재 시절에는 전국 언론사가 통폐합되어 지역의 경우 1도 1사 원칙(행정 단위 도에 지역 언론사 1개 사로 제한)에 따라 인천에 신문사가 없었습니다. 1987년 민주화가 되면서 언론 자유화가 진행돼 인천의 언론인들과 지식인, 기업인들이 뜻을 모아 인천일보를 창간했습니다.

 

인천을 대표하는 지역 언론, 인천일보. 그곳에서 논설실장으로 활동하는 언론인이 있다. 바로 조혁신(경제학과·89학번) 인천일보 논설실장이다. 인천 지역 언론에 있는 그를 만나 기자로서의 삶과 인천 지역 언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은 조혁신 논설실장과의 일문일답.

Q.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나는 조혁신 인천일보 논설실장으로 지역 언론계에 몸담고 있다. 인하대학교 경제학과 89학번으로 자랑스러운 인하대학교 동문이다. 학생 시절에는 제9대 동아리연합회장직을 맡으며 학생회 간부로 활동했다. 학업을 마친 후에는 한동안 노동자로 살면서 문학 창작 활동을 했다.

 

Q. 기자가 된 계기와 과정은

흔히 대학에 다닐 때 자기 전공과목을 살려 취업 또는 사회생활을 준비하며 미래를 설계한다. 그러나 학생 시절에 미래를 설계하고 준비할 시간을 갖지 못했다. 당시 시대 상황과 시대 분위기 등 여러 이유와 핑계가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앞이 캄캄할 뿐이었다. 그래서 학교를 마치고 나서야 일용직 현장 노동자 생활을 하면서 비로소 사회인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고민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됐다.

딱히 기자가 되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었다. 노동자로 살면서 노동자문학회에 가입했고, 현재 모교 강단에서 강의하고 계신 이세기 시인을 노동 현장에서 만나 본격적으로 소설 창작을 하게 됐다. 기자가 된 계기는 학생 시절 때부터 글을 잘 쓴다는 평을 많이 받았고, 이세기 시인과 문학을 하는 선배들의 권유와 추천으로 서른이 갓 넘은 늦깎이로 지역 언론사 기자로 일하게 됐다.

인천일보 전경

Q. 기자로서의 삶을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무엇인가

현재 지역 언론인으로 살아가고 있는데, 사실 초면인 사람이나 누군가에게, 공식적인 혹은 비공식적인 자리에 가서 언론인이라고 내세우기가 꺼려진다. 이유인즉슨 지금껏 기자로 사반세기를 살았는데, 과연 기자로서 직업의식을 가지고 충실한 삶을 살았는지에 대해 한 번도 만족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진실과 정의를 대변하고 사회적 약자를 위해 노력했는지, 얼마 남지 않은 기자 생활 동안에 그렇게 살아갈 수 있을지 회의적이다. 그래서 기자로서 자신의 삶을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거짓과 불의의 진흙탕에서 번뇌했던, 또한 그런 운명을 거스르지 못하는 삶이라고 말하고 싶다.

 

Q. 기자의 역할을 정의한다면

일반적으로 기자는 지역의 정치, 경제, 사회 분야의 이슈와 정보를 ‘사실적’으로 전달하는 일을 한다. 여기서 ‘사실적’이란 흔히 ‘팩트’를 의미하는데, 취재하는 당사자인 기자의 주관을 최대한 배제한 객관적 사실을 뜻한다. 즉 기자는 사실 전달자다. 객관의 세상을 전달하여 사람들이 이를 똑바로 볼 수 있도록 하는 것, 그래서 고통의 세계에서 주저앉지 않고 희망을 품도록 하는 것, 더 나은 세계로 나아가는 밀알이 되는 것, 이러한 것이 기자의 본연의 역할이라고 믿는다.

 

Q. 기자로 활동하며 가장 마음에 남는 일화는 무엇인가

2008년 인천일보 경영이 악화되면서 노사갈등이 심화됐고 회사의 노동조합 와해 시도가 있었는데, 이때 노동조합 비상대책위원장과 노동조합 위원장직을 맡았던 일이 기억에 뿌리 깊이 남아 있다. 말로 담아낼 수 없을 만큼 많은 우여곡절과 고난이 있었다. 많은 동료들이 직장을 떠났고, 회사 측의 회유와 협박으로 노동조합을 탈퇴했다. 한겨울에 조합 사무실과 6개월간 농성했고 회사 밖으로 쫓겨나 천막에서 한 달간 노숙 농성을 하기도 했다. 다행히도 노사가 타협점을 찾아 노동조합을 지킬 수 있었다. 이 일로 전국언론노동조합으로부터 MBC 춘천지부와 함께 모범조직상을 받기도 했다. 건강도 악화되고 해고 위협도 있었던 힘든 시기였지만, 이때 경험이 기자로서, 언론 노동자로서 자부심을 갖게 된 변곡점이었다.

또 다른 하나는, 직접 기사를 작성하지 않았지만, 성폭력 피해 여성이 사건 조사 중 담당 형사에게 성폭행 피해를 당한 사건이 있었다. 사건 자체를 밝히기 두려워하던 피해 여성에게 또 다른 피해자가 나오지 않게 하려면 용기를 내서 이를 알려야 한다고 오랜 시간 설득해 사건 진상을 밝혀낸 일이다. 이후 해당 사건 가해 형사는 파면됐고 형사 처벌을 받았다.

 

Q. 가장 취재 과정이 어려웠던 기사는

사실 모든 취재는 어렵다. 다만 취재 과정에서 유의할 점으로 대답을 대신하자면, 상당 부분 취재는 제보로부터 시작하는 경우 많은데, 제보자가 특정한 목적이나 사익을 위해서 사실을 왜곡하고 거짓을 진실로 진실을 거짓으로 조작하는 경우다. 이는 지역 언론이라는 직무 특성상 개인뿐만 아니라 광역자치단체나 기초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에서도 주로 이뤄진다. 이 때문에 기자가 취재하고 쓴 기사가 진실을 왜곡하거나, 타의에 의해 조정 조작되는 결과로 나타날 때가 있다. 이럴 때마다 기자로서 직업에 대한 회의감이 몰려든다. 이 때문에 기자는 늘 긴장하고 의심해야 하며, 집요해야 한다.

 

Q. 논설실장으로 활동하며, 일선 기자와 다른 점이 있다면

인천일보는 편집 영역에서 편집국과 논설실로 구성되어 있다. 앞서 기자는 객관적 사실을 전달하는 자라고 말했다. 반면 논설실은 기자들이 현실과 사회 각 분야 현장에서 캐낸 사실과 정보를 해석하고 특정한 관점을 제시하는 일을 한다. 정리하면 취재 기자는 사실 전달자(객관)이고 논설자는 해석자(주관)로서 서로 다른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논설실장과 논설위원들은 사설과 칼럼을 통해 인천일보가 지향하는 정치적 사회적 가치와 태도-주관-를 정립하고 이를 사회구성원(독자, 시민)에게 전달한다.

 

Q. 언론이 위기라고 한다. 이 상황에서 인천일보와 같은 지역 언론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언론이 위기라는 말은 두 가지 뜻이 있다. 하나는 신문산업의 존립 위기이고 다른 하나는 언론 존재 가치의 위기다.

신문산업의 위기란 디지털미디어와 디지털 플랫폼의 등장으로 기존 언론, 특히 신문의 효용가치가 상실되었다는 것을 뜻한다. 쉽게 말해서 뉴스 소비자들이 신문을 통해서 뉴스를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디지털미디어와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뉴스나 콘텐츠를 소비한다는 얘기다. 이는 시대적 흐름이고 기술 발전의 결과로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또 하나 언론 가치의 위기란 언론이 권력과 부, 이념에 종속 및 굴종하면서 객관성을 잃었다는 것을 뜻한다. 앞선 신문산업의 위기로 전국지와 지역신문(지역 언론)의 종속과 굴종은 더 심화되고 있다. 이를 물리적으로 극복하기란 사실상 어려운 일이다. 그렇지만 이는 언론 자체의 존재 문제다. 그래서 존재 가치의 위기라 말씀드린 것이다.

인천일보뿐만 아니라 지역신문, 신문이 존재하기 위해선 디지털미디어로 전환하고 디지털 플랫폼과 경쟁할 수 있어야 한다. 지역성은 기본이 돼야 하지만, 이것만을 추구했다가는 고립될 것이다. 이 부분에서 탈피하고 현시대에는 모두가 경쟁자임을 자각해야 한다. 변화된 디지털 환경에 맞게끔 지역 언론이 투자하고 체질 개선을 해야 한다. 그것이 인천일보가 할 일이다.

 

Q. 기자로서 더 이루고 싶은 것이 있는지, 추후 계획은 무엇인지

논설실장까지 했으니 편집국장 자리에는 관심이 없다. 지금껏 펜대를 굴리는 전통적 의미의 기자로 살아왔는데, 인천일보가 디지털미디어로 전환하는데 역할을 하고 싶다. 개인적으로는 정치학을 공부하여 정치평론가로서 활동하며 지역의 논객으로 남고 싶다.

 

Q. 인하대학교 학생 및 언론인을 꿈꾸는 학생에게 한 마디 부탁드린다

학업에 최선을 다해서 그 분야 스페셜리스트(전문가)가 돼야 한다. 학업이 아닌 다른 길이 있다면 역시 그 분야에 최선을 다해 전문가가 돼야 한다.

언론인이 되려면 첫 번째로 언어적 능력이 중요하다. 두 번째는 독서다. 사회와 관계를 맺는 직업이기 때문에 사회를 똑바로 바라보는 시선이 필요한데 이 역량을 기르기 위해서다. 마지막은 데이터 처리 능력이다. 예전에는 글만 쓰면 됐겠지만, 현재는 디지털미디어 시대이기 때문에 데이터를 가공할 줄 아는 능력도 필요한 덕목 중 하나다.

박재형 편집국장 qkrwogud0@inha.edu

<저작권자 © 인하프레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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