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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엄마가 내 남동생을 죽인 것 같아.” 따뜻한 품을 제공해야 할 엄마가 내 동생을 죽인 살인자라면 어떨까? 웹툰 ‘똑 닮은 딸’은 완벽주의자 성향을 가진 엄마의 양육 아래서 살아가는 딸 ‘길소명’이 엄마가 만든 궤도 안에서 벗어나려 발버둥 치는 내용이다.
누구나 한 번쯤 꿈꿔봤을 법한 호화스러운 주택, 아낌없이 밀어주는 엄마의 지원 속에서 지내는 소명의 삶은 완벽해 보인다. 그러나 실상은 달랐다. 평소 엄마에게 꾸지람만 듣던 남동생이 돌연 익사하는 사건이 벌어지고 난 후 문득 엄마가 동생을 죽였을 거라 확신하게 된다. 자신과 다르게 동생은 항상 엄마의 말을 듣지 않고 다른 또래의 아이처럼 철없이 행동해 눈엣가시였기 때문이다. 동생과 같은 처지가 되지 않기 위해 소명은 전교 1등을 놓치지 않는 모범생, 즉 엄마와 ‘똑 닮은 딸’로 살기 위해 노력한다.
이는 ‘남수’와의 대화에서도 알 수 있다. 자신에 관한 거짓 소문을 퍼트리고 모든 활동에 걸림돌이 되는 남수에게 화를 내기는커녕 “시험만 망치지 않게 도와달라”고 부탁하는 그녀의 모습은 간절해 보이기까지 한다. 시험을 망치면 엄마가 생각하는 딸의 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남수는 기어코 시험에 영향을 주게 되고 소명은 최악의 컨디션에서 마지막 시험을 치르게 된다. 엄마의 기대에서 벗어났다는 두려움, 좌절감으로 머릿속이 온통 지배되는 탓에 그녀는 평소와 정반대된 모습으로 이성을 잃은 채 남수에게 분노하고 만다.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착한 아이 증후군’은 어린 소명이 겪어왔던 양육 방식을 통해 생겨나는 경우가 대다수다. 착한 아이 증후군은 모든 것에 관여하려 하는 부모의 그늘 아래에서 자라온 아이가 성인이 되고 나서도 누구에게나 착한 사람이 되기 위해 강박적으로 행동하는 것을 의미한다. “엄마, 아빠는 너희들 때문에 밖에서 항상 고생해” “그러니까 부모님한테 꼭 효도해야 한다”는 말은 아직 모든 것이 미숙한 아이들에게 부모님을 이해하고 도와줘야 한다는 ‘의무’, ‘강요’로 다가올 수 있다. 소명 또한 엄마에게 충실해야 한다는 왠지 모를 의무감이 자신의 ‘소명’이라 생각해서였을까? 어린 나이부터 엄마에게 모난 모습을 보여주기보다 불만족과 스트레스를 안겨줘선 안 된다고 결심하게 된다. 집 안에 설치된 CCTV부터 친구 관계까지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엄마에게 두려움을 느끼고 그녀가 만들어 낸 궤도 안에서 발버둥 치지만 여전히 벗어나지 못한다.
당신도 ‘착한 아이 증후군’에 빠져 ‘나’의 기준이 아닌 ‘남’의 기준으로 살아가고 있지는 않은가? 웹툰 ‘똑 닮은 딸’은 착한 아이 증후군에 빠진 사람들에게 공감을 주면서도 한편으론 씁쓸한 기분을 들게 한다. 과연 소명은 엄마의 곁에서 벗어나 자신의 삶을 찾아갈 수 있을까? 웹툰을 통해 확인해 보자.
김지유 기자 jiyoo0504@inha.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