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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 증가하는 외국인 유학생, 이어지는 '학업 포기'

기사승인 2023.04.30  23: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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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유학생들이 학교를 떠나고 있다. 본교 중도탈락 유학생 수는 △2018년 75명 △2019년 109명 △2020년 114명 △2021년 166명 △2022년 171명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2015년 교육부의 ‘유학생 유치 확대 방안’ 발표 이후 급격히 유학생 입학자 수를 증원했으나, 사후 관리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넘을 수 없는 언어의 장벽

“말이 안 통하니 어쩔 수 없어요.” 사회과학대학 모 학과 전공 수업 시간. 강의실에서 대면으로 진행되는 수업임에도 일부 학우들은 여전히 비대면 소통 중이다. 교수가 단체대화방을 열어 수업 내용을 적으면 학생들은 번역기를 돌려 무슨 뜻인지 파악한다. 이 수업은 37명 정원 중 15명이 외국인 유학생이지만 대부분은 한국어 전공 수업을 이해하지 못한다. 담당 교수는 “외국 학생들이 생각보다 한국어를 못해서 시험지나 수업자료도 중국어로 따로 번역해서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본교는 외국 학생 입학 조건으로 한국어 능력 시험(TOPIK) 3급 이상을 요구하고 있다. TOPIK 등급별 평가 기준에 따르면, 한국어 능력 시험 3급은 ‘기초적 수준의 표현이 가능해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 정도’다. 전공 수업에 쓰이는 전문 용어나 어려운 표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최소 4급 이상의 한국어 능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본교 외국인 유학생 1,664명 중 TOPIK 4급 이상에 해당하는 학우는 단 337명(20.2%)이다.

언어 문제는 코로나로 온라인 수업 기간이 길어지면서 악화했다. 본교에 입학한 유학생은 필수교양으로 △외국인 전용 대학 한국어 △한국 문화와 연관된 핵심교양을 수강해야 한다. 이는 본과 강좌를 수강하기 전 유학생의 한국어 능력 제고를 목적으로 실시되지만, 2년간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보니 실효성에 의문을 가지는 목소리도 나왔다. 향성가(국통·4) 학우는 “언어 수업이라 말을 많이 해야 하는데, 온라인으로 진행되다 보니 활발한 한국어 토론이 없었다”고 호소했다.

더욱이 팬데믹으로 국가간 봉쇄가 이뤄지며, 길게는 2년간 고국에서 지냈기에 한국어 학습 기간이 부족했던 것이다.

몸은 가깝지만 마음은 먼 우리

미숙한 한국어 실력으로 인한 의사소통의 어려움은 강의 내 유학생들의 소극적 참여로 이어진다. 때문에 유학생들은 한국 학생들에게 조별과제 기피 대상이다. “외국인 학생은 아무래도 의사소통이 힘들어서 한국인만 있는 조보다는 시간이 오래 걸리겠다는 걱정이 들죠.” 박지원(아심·4) 학우는 외국 유학생과 함께했던 조별과제를 회상하며 불편을 토로했다. 유학생 역시 한국 학생들의 불편을 인지하고 있었다. 궈자룽(디융·4) 학우는 “학과 특성상 팀플이 많은데 의사소통이 안 되니 참여를 잘 못한다”며 “눈치 보이기도 하고 잘 못 어울린다”고 전했다. 미숙한 한국어 실력이 단체 활동 내에서도 일종의 ‘벽’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 학생과 교류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존재한다. 유학생 A(사과대·4) 학우는 “동기지만 과 단톡방에 초대돼 있지 않다”며 “들어가고 싶어도 어떻게 들어가는지 모르고, 학과 정보도 많이 받지 못한다”고 말했다. 학과 내 소모임이나 동아리에 대한 정보 접근성도 떨어진다. 노질라(정외·3) 학우는 “정치외교학과 내 소모임이 있는지 몰랐다”며 “다른 외국인 친구들도 잘 몰랐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도움을 요청할 곳도 마땅찮다. 브랜든(경영·2) 학우는 진로 상담 및 한국 생활 적응과 관련해 학과 교수에게 상담을 받았으나 큰 도움을 받지 못했다. 브랜든 학우는 “아무래도 한국인 교수님이라 외국인 학생의 고충을 크게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고 전했다. 국제도우미(Buddy) 제도, 글로벌 튜터링 프로그램 등 유학생들과 한국 학생들의 교류를 도와주는 프로그램도 있다. 학교 측에서는 이러한 프로그램의 운용이 잘 되고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수혜 학년이 정해져 있거나 배정되는 멘토에 따라 프로그램의 질이 달라진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B(경영대·2) 학우는 “글로벌 튜터링 프로그램을 신청했는데, 행정 조교가 영어를 못해서 조원들 간 의사소통이 어려웠고 결국에는 프로그램을 수료하지 못했다”며 튜터링 프로그램의 허점을 지적했다.

그들은 유학생이자 재학생이다

외국인 유학생은 ‘정원 외 선발’이 가능해 교육부의 정원 감축 지침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또한 등록금 상한제가 적용되지 않아 유학생 등록금은 각 대학의 자율에 맡겨진다. 때문에 많은 대학에서 유학생 유치를 통해 등록금 재원을 확보한다. 본교 역시 한국 학생보다 유학생에게 10% 높은 등록금을 받고 있지만 유학생에 대한 세심한 배려는 미흡하다.

타학교에서는 유학생의 학업 및 한국 생활 적응을 지원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한다. 언어 문에 대해 홍익대는 외국인 학생의 한국어 능력 수준에 따라 A, B, C로 나눈 후 등급에 맞는 차등 교육을 한다. 국민대는 TOPIK 4급을 취득하지 않으면 본과 진급이 불가능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또한 한국 생활 적응을 지원하기 위해 경희대는 총유학생회를 운영해 유학생을 대상으로 한 상담, 문화 체험을 진행한다. 단국대의 경우 학과별 ‘글로벌PD교수’를 두고 유학생의 학업 지원 및 대학 생활을 지도할 수 있는 전담 교수를 따로 마련했다.

외국인 유학생 20만 명 시대, 올바른 질적 향상 방향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박소은 기자 12203234@inha.edu

<저작권자 © 인하프레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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