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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톡톡] 왜 라면에 찬밥을 말아먹을까?

기사승인 2022.10.02  23:4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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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픈데 라면이나 끓여 먹자!” 우리나라는 ‘라면의 민족’이라고 불릴 만큼 남녀노소 라면을 사랑한다. 세계라면협회(WINA) 자료에 따르면 한국인은 연간 1인당 73.7개의 라면을 섭취한다. 이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소비량이며, 특히 신라면이 가장 인기 있는 라면으로 꼽혔다. 값싸고 만들기도 간편하며 맛도 좋은 라면은 혼자 사는 이들에겐 주식이 되기도 한다. ‘라면이 없었다면 자취생은 다 굶어 죽는다’는 농담도 있으니 말이다.

라면을 끓이는 방법은 비교적 간단하지만, 더 맛있게 먹고자 다양한 토핑들을 추가하기도 한다. 가장 기본적인 계란부터 치즈, 떡, 콩나물, 만두까지. 누구나 자신만의 라면 레시피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또한 물을 얼마나 넣을지, 면과 스프 중 무엇을 먼저 넣을지, 면은 얼마나 끓일지 등 제조 방법도 사람마다 천차만별이다. 그렇지만 모든 사람이 동의하는 한 가지 사실. 남은 라면 국물에 밥을 말아 먹을 땐 ‘찬밥’을 넣는 것이 ‘국룰’이다. 그 이유를 알아보자.

쌀은 약 80%가 녹말로 구성돼 있다. 이 녹말은 아밀로오스(amylose)와 아밀로펙틴(amylopectin)이란 두 가지 형태의 분자가 매우 오밀조밀하게 사슬처럼 결합해 있다. 익지 않은 쌀을 ‘베타 녹말’이라 부르는데, 물을 넣고 끓이면 물 분자가 녹말 사이에 파고 들어가 쌀을 변형시키며 밥이 지어진다. 그렇게 쌀은 부피가 커지고, 수분이 가득 찬 상태가 되는데, 이 상태를 ‘알파 녹말’이라 한다. 사람들은 대부분 식사할 때 따뜻하고 식감이 촉촉한 알파 녹말 상태의 밥을 선호한다. 하지만 그런 따뜻한 밥도 라면 국물과는 ‘상극’이다.

여기에는 과학적 원리가 숨어있다. 따뜻한 밥은 녹말 분자 사이사이에 물 분자가 있어, 생쌀에 비해 크기가 두 배 이상으로 불어나 탱탱해진다. 불어난 쌀은 라면 국물을 흡수하기 어려워지는데, 그런 따뜻한 밥을 국물에 말면 ‘삼투압 현상’이 발생한다. 삼투압 현상은 용질의 농도가 낮은 쪽에서 높은 쪽으로 용매가 옮겨가는 현상을 말한다. 이때 100℃ 물에 스프를 첨가해 만들어진 라면 국물은 고농도 혼합물로, 쌀에 있던 수분들이 농도가 높은 라면 국물로 빠져나가게 된다. 그 결과 라면 국물이 이전보다 싱거워지는 것이다.

반면 찬밥은 라면 국물과 만나면 빛을 발한다. 밥을 짓고 시간이 지나면 ‘노화 현상’이 일어나 밥은 수분을 잃고 딱딱해진다. 이때 알파 녹말은 베타 녹말로 다시 돌아간다. 그렇게 수분이 없는 찬밥이 라면 국물에 들어가면 라면 국물에 있던 수분들이 찬밥으로 흡수되면서 베타 녹말이 다시 알파 녹말로 회복된다. 이 과정에서 밥알에 양념이 잘 배 간이 아주 잘된 맛있는 상태가 된다.

또 다른 이유는 냄새에 있다. 갓 지어진 밥에선 활발한 분자활동이 일어나고, 구수한 향이 난다. 허기진 식사 시간, 구수한 냄새만큼 식욕을 돋우는 것은 없다. 하지만 따뜻한 밥에서 나는 냄새는 라면 국물 고유의 향을 방해해 그 맛을 떨어뜨린다.

이러한 원리는 해장국, 국밥과 같은 음식에도 적용된다. 오늘 밤 이 글을 읽고 라면 한 끼 혹은 뜨끈한 국밥으로 한 끼를 때울 거라면 꼭 찬밥을 남겨놓자.

김종선 기자 jongseon05@inha.edu

<저작권자 © 인하프레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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