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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아픔을 보내고 사랑을 기다리는 곳

기사승인 2022.05.01  22: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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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지를 청소 중인 직원들

도심에서 조금 벗어난 한적한 곳, 그곳에 ‘인천광역시 수의사회 유기동물보호소’가 있다. 9시가 채 되지 않은 시각, 보호소 문이 열린다. 입구부터 들리는 강아지 울음 소리. 보호소의 아침이 밝았다. 하나둘 도착한 직원들은 저마다 분주하다. 그들은 간단한 채비 후 홀로 밤을 지냈을 동물들에게 곧장 향한다.

봉사자는 기자와 여고생 둘, 총 셋이다. 잔뜩 긴장한 기자와는 달리 여유 있는 학생들의 모습에선 베테랑의 기운이 물씬 풍긴다. “봉사자분들 이쪽으로 오세요.” 방호복과 장화 그리고 고무장갑을 챙겨 허둥지둥 움직였다.

강아지 두 마리가 낮잠을 자고 있다.

강아지와 첫 대면식

견사 입구 앞에 서자 낑낑대는 소리가 들린다. 새끼 강아지들의 아우성이다.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 채 내딛는 걸음이 힘겨운 모양이다. 어미의 품에서 벗어나 홀로 안간힘 쓰는 모습에 마음 한 켠이 짠해질 때 즈음 견사로 가는 문이 열렸다.

낯선 이의 등장에 목놓아 짖는 강아지부터 철창 밖으로 나오려 방방 뛰는 강아지까지, 눈 앞에 말 그대로 ‘개판’이 펼쳐졌다. 동시에 콧속을 파고드는 퀴퀴한 냄새. 첫 걸음부터 당황스러움의 연속이었다.

봉사자의 업무는 밤새 더러워진 배변패드를 교체하고, 강아지에게 물과 사료를 주는 일이다. 우선 어린 강아지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견사 안으로 들어서자 사방엔 케이지가 늘어서 있다. 케이지는 어린 강아지가 앞으로 세 발짝도 채 딛지 못할 정도의 크기였다. 심지어 그 좁은 우리에 강아지 여러 마리가 함께 있는 곳도 있었다.

청소에 앞서 강아지를 밖으로 빼내기 위해 조심스럽게 케이지에 손을 넣었다. 막상 강아지를 잡으려니 ‘낯선 사람이라 물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쉽사리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우물쭈물하고 있는 기자와 달리 옆 학생은 거침없이 청소해 나갔다. 역시 베테랑이다. 학생을 따라 과감하게 손을 넣어 강아지를 덥석 안았다. 밖으로 나온 강아지는 땅에 발을 딛자마자 견사 구석구석을 누볐다. 봉사자가 청소하는 찰나의 시간이 어린 강아지에겐 유일한 자유시간이다.

다음 청소를 위해 견사를 뛰어다니던 강아지를 다시 케이지로 돌려보냈다. 오랜만에 뛰어다닌 탓에 목이 말랐는지 허겁지겁 물을 마시곤 철창 너머의 기자를 쳐다봤다. 강아지의 아른거리는 눈망울을 보자 왠지 모를 미안함이 몰려왔다. 조금 더 풀어주고 싶었지만 안전을 위해선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다른 강아지와 함께 풀어 놓으면 언제든지 공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케이지에 있는 강아지들

뜻밖의 난관

그러던 중 고비와 맞닥뜨렸다. 유독 심하게 봉사자를 경계하던 강아지의 케이지를 청소할 차례가 왔다. 역시나 문을 열자 벽에 딱 붙어 몸을 바르르 떨기 시작했다. 경계심을 풀어주려 잠시 손 냄새를 맡게 해줬지만 소용없었다. 어쩔 수 없이 천천히 손을 넣자 펄쩍 뛰며 손길을 거부했다. 행여 강아지가 다칠까 함께 있던 봉사자에게 도움을 청했지만 역부족이다. 결국 해당 케이지 청소는 직원이 맡았다. “밥 먹어야지~” 직원은 견사에 들어오자마자 강아지에게 상냥하게 말을 건네며 다가갔다. 그런 그의 모습에 조금은 진정이 됐는지 마침내 직원의 품에 안겨 나왔다.

우여곡절 끝에 모든 봉사활동이 끝났다. 한쪽에선 대형견 견사를 청소하는 직원들이 바쁘게 움직였다. 청소로 바쁜 와중에도 직원들은 연신 동물에게 말을 건네고 장난치며 교감했다. 문득 보호소 동물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는지 궁금해져 한 직원에게 물었다. “이렇게 예쁜데 여기 왜 들어왔을까 그 생각밖에 없어요.” 안쓰러운 표정을 짓던 그의 모습에서 동물에 대한 마음이 느껴졌다.

 

넌 어디서 왔니?

보호소에는 강아지와 대형견, 그리고 고양이까지 총 130마리 동물이 있다. 이 동물들은 전부 주인에게 버림받은 유기동물이다. 이렇게 많은 동물들은 어쩌다 이곳에 오게 됐을까?

유기동물 구조의 신호탄은 ‘신고’다. 길거리에 유기동물이 있다는 신고가 구청에 접수되면 유기동물 포획을 담당하는 팀이 구조작업을 실시한다. 현재 포획작업은 보호소가 구청으로부터 위탁 받아 진행하고 있다. “기존 업무도 있는데 저희가 유기동물 구조까지 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위탁해서 진행하고 있어요.” 유기동물 신고를 담당하는 구청 직원이 한 말이다. 그만큼 유기동물 관련 신고가 많아 구청이 포획작업까지 맡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이야기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매일 2~3마리의 동물이 보호소로 온다.

동물이 보호소에 들어오면 수의사가 건강상태를 매일 체크한다. 혹여나 동물이 병에 걸리거나 상처를 입으면 보호소에서 예방주사나 약물 치료 등의 조치를 취한다. 심각한 부상일 경우 병원으로 데려가 직접 치료하기도 한다. 그렇게 보호소는 유기동물의 새로운 보금자리가 된다.

동물에게 먹이를 주고 있는 보호소 직원

지금 우리 보호소는

보호소는 유기동물을 위해 힘쓰고 있지만 모든 동물을 보호하기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 현재 보호소가 수용할 수 있는 동물 수는 최대 200마리다. 그렇지만 전체 수용 가능 동물 수의 80%(160마리)가 채워지면 과포화 상태가 돼 관리가 어렵다. 만일 지금 같이 매일 2~3마리가 들어오는 상황이 계속되면 약 1달 후에는 보호소가 동물들을 감당하지 못할 수준이 된다. 밀려들어오는 유기동물을 몇 안 되는 견사에 모아두면 관리가 어려울뿐더러 서로 싸우는 일이 발생해 동물들의 안전까지 위협받는다.

오랫동안 동물들 보호하고 싶은 심정이지만 장기간 입양이 되지 않는 동물은 어쩔 수 없이 인도적으로 안락사 시킬 수밖에 없다.

이날 보호소에 새 생명이 탄생했다. 새식구의 탄생이 기쁘지만 한편으로는 걱정거리다. 새로 태어난 새끼 강아지는 자연스레 보호소의 보호를 받게 되고, 이는 곧 보호소 과포화를 앞당기는 일이기 때문이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인천광역시 수의사회 유기동물 보호소

건물은 ‘노후’, 사람은 ‘부족’

약 10여년 전부터 운영된 탓에 노후화된 보호소 건물도 걱정이다. 견사 철창 곳곳은 녹이 슬었다. 무엇보다 환기가 잘 되지 않아 강아지들이 생활하며 생기는 악취가 제대로 빠지지 않고 그대로 견사에 남는다. 이는 결국 동물들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악순환이 된다. 그렇지만 지자체의 지원만으로 운영되는 탓에 보호소 공간을 하루아침에 원하는 대로 개선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봉사자에 대한 높은 의존도도 고민이다. 현재 보호소 직원은 총 5명, 그 중 평일엔 3명, 주말엔 1명만 출근한다. 기자가 봉사활동을 간 날에는 직원 3명과 봉사자 3명이 2~3시간에 걸쳐 오전 견사 청소를 진행했다. 만일 직원이 1명 출근하는 주말에 자원봉사자마저 없다면 혼자 3명 이상의 몫을 해야 한다.

4월 한달간 보호소 봉사 지원자는 총 12명(4월 24일 기준)으로 봉사자가 있는 주말은 단 4일뿐이었다. 즉, 4월에 있는 주말 중 절반은 직원 혼자서 일을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홀로 모든 견사를 청소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인식을 바꿀 시간

117,039마리. 2021년에 발생한 유기동물 수다. 128,888마리를 기록한 2020년도에 비해 줄었지만 여전히 100,000마리 이상의 동물이 매년 주인에게 버림받고 있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결국 유기동물을 줄이는 것이 급선무다.

“몇몇 강아지들은 뭔가 죽음을 예감한 그런 눈빛이 마음 아팠던 것 같아요.” 봉사자가 강아지들을 보고 느낀 심정이다. 주인에게 버림받은 아픈 기억 때문인지 기자가 본 강아지의 모습에서도 불안함이 느껴졌다.

“그냥 어리고 예쁜 강아지들만 원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그런 인식도 좀 깨야 될 것 같아요.” 보호소 직원은 인식개선을 유기동물 문제 해결을 위한 열쇠로 꼽았다. 동물에 대해서도 만연해 있는 ‘외모 지상주의’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반려동물은 관람의 대상도 즐거움을 위한 전유물도 아니다. 그들은 아끼고 보듬어 줘야할 또 하나의 가족이 돼야한다.

차가운 바닥과 단단한 철창 안, 오늘도 어김없이 수많은 동물들이 보호소에서 눈을 뜬다. 이들은 상처를 보듬어줄 새로운 가족을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다. 하루빨리 동물들의 아픈 기억과 보호소의 존재가 당연시되지 않는 그런 세상이 오길 바란다.

 

 

원종범 기자 yawjbeda@inh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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