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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담론] 깨진 신뢰의 유리

기사승인 2021.11.29  01: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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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종범 기자

2년 만에 오프라인 비룡제가 개최되나 했지만, 축제 시작 4일 전 취소됐다. 코로나 확산을 방지할 대처 방안이 미비하다는 것과, 많은 학생에게 행사 참여 기회를 부여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총학생회장과 달리 축제를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던 부총학생회장은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겠다며 사퇴했다.

비룡제 취소가 결정되자 학생들의 여론은 뜨겁게 달궈졌고, 익명 커뮤니티에는 총학생회장을 비난하는 글들로 가득 찼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대학기본역량진단 관련 교육부의 결정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총학생회장을 지지했던 과거와는 상반된 반응이었다.

학생들은 축제 사업 ‘절차’와 ‘예산’의 적절성 그리고 갑작스러운 계약 취소로 발생할 학교의 대외적 이미지 타격 등을 문제 삼았다. 대의원총회의 인준을 받아야 할 사업이 총회가 개회되기도 전 이미 확정된 듯 공보를 진행했다는 점, E-sports 대회에 배정한 예산이 과도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더불어 학우들은 총학생회장의 해명과 축제 예산의 투명한 공개를 요구했다.

투명한 예산의 중요성은 총학생회장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학우들에게 총학생회와 관련된 모든 사항을 투명하게 공개하겠다며 총학생회 홈페이지 개설을 공약으로 내세운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이에 총학생회장은 E-sports 대회 예산 내역과 함께 자신들의 욕심이 과했다고 인정하며 사과했다.

그러나 총학생회장의 사과에도 학우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총학생회에 대한 신뢰가 이미 깨졌기 때문이다. 5년 만에 건설된 총학생회였기에 학생들이 가졌던 기대감은 그만큼 컸다. 그리고 그 기대감은 한 달 전만 해도 만족감으로 바뀌어 가고 있었다.

사람들은 흔히 신뢰를 유리에 비유하곤 한다. 신뢰와 유리는 한번 깨지면 이전 상태로 돌이킬 수 없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설령 조각들을 모아 붙인다고 해도 이전과 같아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깨진 유리 조각들을 붙여야 하는 이유는, 날카로운 유리 조각은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기 때문이다. 신뢰도 마찬가지다. 총학생회에 대한 신뢰가 깨지면서 만들어진 날카로운 파편은 결국 학우들에게 향하기 마련이다. 학생들이 그들의 대표자를 믿지 못한다는 것은 곧 자신들의 목소리를 낼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깨진 신뢰의 유리를 다시 붙일 방법은 책임뿐이다. 여기서 책임은 몇 글자의 글과 몇 마디의 말이 아닌 학우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을 정도의 사태에 대한 수습이 돼야 한다.

지난달 총장, 교직원, 교육부 등에 발생한 문제에 대해 책임지라며 거세게 질타한 총학생회장이라는 사실을 모든 학우가 알고 있다. 이제는 본인이 그토록 주장했던 ‘진정한 책임’을 직접 보여야 할 시점이다.

한 달 남짓 남았다. 깨진 학우들의 신뢰를 조금이나마 회복하기 위한 한 달을 보낼지, 단순히 임기를 채우기 위한 한 달을 보낼지는 앞으로의 총학생회의 행보에 있다. 지난 12월 제41대 총학생회로써 걸어갈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 6,618명의 믿음을 가볍게 여기지 않길 바란다.

원종범 기자 yawjbeda@inha.edu

<저작권자 © 인하프레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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