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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하프레스 5주년 기획…②] 언론 3사, 대학언론의 위기를 논하다

기사승인 2021.11.01  02: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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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박예진 편성국장(방송국), 안찬현 편집국장(영자), 김범수 편집국장(국자)
국자와 영자 신문이 오랜기간동안 가판대에 방치돼있다
2년째 생방송 송출이 중단된 방송국 스피커

씁쓸한 ‘조회 수 50’. 기사를 완성하기 위해 쏟은 노력이 무색하게, 고작 50번 읽혔다. 저번 학기 인하프레스 게시물의 평균 조회 수는 약 222회였다. 학우들이 종이 신문은커녕, 인터넷 기사도 잘 읽지 않는 현실. 이 현실의 장벽은 높기만 하다.

코로나19로 인해 문제는 더욱 심화됐다. 계속되는 비대면 수업으로 벌써 두 학번이나(20학번, 21학번) 대학문화를 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나마 기존에는 학우들이 캠퍼스를 오가며 비치된 신문을 보고, 교내에 울려 퍼지는 방송을 들으며 대학언론을 접하곤 했는데, 이들은 그러지 못해 대학언론의 존재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

‘대학언론의 위기’는 이미 오래전부터 나온 해묵은 주제다. 그러나 좀처럼 나아지지 않은 듯한, 여전히 심각한 문제다. 대학언론의 위기를 주제로 본교 언론 3사 국장들이 모여 논의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인하대학신문: 국자 ▲The Inha Times: 영자 ▲IBS: 방송국)

 

대학언론의 위기, 피부에 와닿다

“원래 교지편집위원회가 학내 언론 중 제일 먼저 생긴 언론이었는데,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지니까 대학에서도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고 일방적으로 폐간시켰어요. 우리도 이렇게 관심도가 계속 떨어지다 보면 언젠가는 아무 말 없이, 학교에서 폐간하라고 하면 폐간을 해야 되겠구나. 교지 종간호를 보면서 그런 걸 느꼈죠.”

“지원하는 사람이 옛날에 비해서 반 이상 줄었어요. 요즘엔 면접은 형식일 때가 많고, 지원만 하면 뽑는 경우도 있고요. 또 각 호관이나 기숙사, 도서관에 신문을 배부하는데, 방치돼 있는 것을 보면 ‘이걸 만드는 게 의미가 있나?’ 싶을 때도 가끔 있고…”

“저희가 방송을 유튜브에 업로드하고 있는데, 조회 수가 많이 안 나와요. 그래서 옛날에는 ‘우리끼리밖에 안 봐’라고 얘기를 한 적도 있었거든요. 그리고 방송국 한다고 말하면 ‘방송국이 있었어?’라고 얘기하는 사람이 진짜 많아요. 그런 것에서 아쉬움을 많이 느꼈어요. 속상하기도 하고요.”

대학언론의 위기를 체감한 적이 있느냐는 물음에 세 국장은 이렇게 말했다. 각자 자기의 생각을 담담히 풀어냈지만, 어쩐지 씁쓸함이 묻어나왔다.

이들은 대학언론이 위기에 처한 이유를 크게 두 가지로 꼽았다.

첫째는 필요성의 감소다. SNS가 발달하기 이전, 대학에서 정보를 얻기 위해선 언론을 통해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다. 문제를 제기하고, 공론화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에브리타임, 인스타그램, 페이스북과 같은 SNS가 이러한 언론의 기능을 대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곧 학내 언론의 역할에 물음표를 던졌다. 존재가치가 무엇이냐는 것이다. “굳이 방송, 신문을 통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을 많이들 하는 것 같아요. 영향력과 입지가 많이 줄은 게 아닌가…”

둘째는 무관심이다. 학우들이 학내 언론에 관심이 없으니 찾지도 않는다는 이야기다. “글을 쓰고, 방송을 하긴 하는데 ‘왜 하고 있는 걸까, 아무도 보지 않을 텐데’라는 회의감이 들죠.”

 

언론 3사가 겪고 있는 어려움

세 언론사는 각자마다 고충을 안고 있었다.

영자와 국자는 체계화되지 않은 교육과 시스템에 대한 문제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틀 정립이 안 됐다고 생각해요. 교육에 대해서도 사실 문서가 있는 게 아니고, 그냥 입에서 입으로 전달되고 있거든요. 조금 구체적으로 정해야 할 필요성을 많이 느끼고 있죠.”

“체계의 부재가 제일 크지 않나 싶어요. 수습기자가 들어오면 교육은 거의 못 해주고, 그냥 기사 써오라고 그러거든요. 발행을 하는 것도 사실 제가 국장을 달고 있지만, 신문 편집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없어요. 왜냐하면 저는 전공자도 아니고, 알려주는 사람도 많지 않았거든요. 이런 식으로 체계화되지 않은 교육과 시스템 때문에 결과물이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어요.”

게다가 국자는 인원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수습기자 모집을 해도 지원자가 많지 않다. 절대적인 기자 수가 적기에 인력난에 빠진다. 그러다 보니 정기자가 수습기자를 교육해 줄 여유가 별로 없다. 이렇게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영자도 인력 수급에 차질을 빚고 있었다. 영자는 이에 더해 중도 퇴사하는 수습기자가 많다고도 전했다. “분명히 저희도 중간에 나가면 안 된다고 고지를 하지만, 나가시는 분이 많아요. 수습기자 하다가 중간에 나가는 게 오히려 수습기자가 얼마 없는 것보다 더 힘든 것 같아요. 모으는 것도 힘든데 유지하는 것도 힘들고…”

방송국은 보도 프로그램을 제작할 때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보도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힐 때가 있다고 했다. 또, 국자에서 발행하는 기사와 차별성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제작하지만, 막상 그것이 느껴지지 않을 때가 많다고 이야기했다.

 

코로나 시대의 대학언론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체제의 지속은 이들을 더 힘들게 했다.

방송국은 생방송 진행을 할 수 없다는 것을 가장 아쉬운 점으로 꼽았다. 기존에는 방송국이 매일 아침, 점심마다 교내에 생방송을 송출해왔다. 그러나 비대면 수업이 지속됨에 따라 생방송 송출이 중단됐다. 이는 곧 방송의 신속성이 줄어드는 결과를 가져왔다. “아침신문 브리핑이라는 코너가 있거든요. 기자가 그날 아침 기사들을 보고 써서 아나운서가 읽는 건데, 지금은 생방송이 안 돼서 그 전날 기사들로 쓰고 있어요.”

수습국원 교육을 대면으로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또한 문제라고 얘기했다. “저희가 한 학기 내내 TR(트레이닝)을 진행해요. 그건 대면으로 해야 하는데, 지금은 대면으로 못 만나는 상황이라 ZOOM(화상 회의 프로그램)으로 하거든요. 아나운서부 같은 경우엔 발성 연습도 해야 하는데 비대면으로 하다 보니 문제가 좀 많은 것 같아요.”

국자는 신문사의 문화를 경험하는 사람이 없고, 구성원들 간의 친밀감이 사라진다는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영자도 온라인으로 모든 것을 진행하다 보니 기자들끼리 친해지지 못해서 아쉽고, 사무실 운영 등 인수인계가 이뤄지지 않는 것도 문제라고 전했다.

 

3사, 어떻게 나아가고 있나

언론 3사는 제자리에 머무르지 않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방송국은 홍보를 강화하기 위해 이번 연도에 인스타그램 계정을 개설했다. 학우들에게 방송국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보여주고, 언론이 ‘필요한 존재’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였다.

영자는 대학부와 관련한 새로운 시도를 했다. 기존에 주로 쓰던 주제에서 벗어나 교수 소개, 인터뷰, 학교 프로그램 소개 등의 기사를 싣고 있다. 영자 국장은 실험이 성공적이었다며, 앞으로 기사 주제를 최대한 제한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저희는 ‘학교나 동아리 홍보성 글과 같은 주제는 쓰면 안 된다’라는 게 있었는데, 오히려 그런 걸 원하시는 분들이 더 많다는 걸 이번에 느꼈어요.”

국자도 신문을 조금 유연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연성 콘텐츠를 실으면 신문이 가벼워질까 우려하는 경향이 있지만, 사실 그런 콘텐츠를 사람들이 더 많이 보기 때문이다. 신문을 조금 더 가볍게, 무겁지 않게, 어렵지 않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도 밝혔다. 이번 학기 국자가 에브리타임 게시판을 만든 것도 같은 이유다.

“저희가 기사를 정말 열심히 쓰고, 송출을 정말 열심히 하지만 보는 사람이 없으면 의미가 없다는 것. 그걸 저희가 각인을 많이 해야 할 것 같아요. 심층성도 좋지만, 접근성이 가장 우선순위라는 거죠.”

마지막으로 세 국장에게 오늘날 대학언론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도 물었다.

“대학 구성원들 간에 혼란이 있을 때 그것을 가장 중립적인 위치에서 바라볼 수 있는 단체는 학내 언론밖에 없거든요. 그러려면 저희가 그런 사건을 다룰 수 있을 만큼의 역량을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학우들도 대학언론을 신뢰하고, 콘텐츠를 보겠죠. 역량을 쌓고, 신뢰를 만들어가는 것이 대학언론의 기본이라고 생각합니다.”

“주제를 좀 더 다양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느낍니다. 사실 요즘에 시사 분야를 찾아서 보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잖아요. 반면에 자기가 관심 있는 분야는 전문적인 부분까지 찾아보려는 사람들이 있거든요. 전문적인 부분을 알려주는 그런 기사를 쓰면 오히려 새로운 수요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을 했어요.”

“방송국, 국자, 영자가 각자의 역할을 너무 구분 짓지 말고, 시대에 흐름에 맞춰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더 이상의 위기는 없도록

2017년, 교지편집위원회가 폐간됐다. 언론 4사는 3사로 축소됐다. 교지의 폐간을 옆에서 지켜본 언론 3사에 대학언론의 위기는 더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니게 됐다. 학우들의 관심은 해가 갈수록 줄고, 이젠 무관심을 넘어 대학언론의 존재조차 모르는 학우들이 많아졌다. 묵묵히 기사를 쓰고, 방송을 만들기만 해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언론 3사는 노력하고 있다. SNS 계정을 만들어 학우들에게 한 발짝 더 다가가고, 친숙한 주제로 관심을 끌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그래도 아직 갈 길이 멀다.

대학언론은 단순히 변화를 모색하는 것을 넘어, 근본적인 부분부터 많은 고민을 해야 할 때다. 더 이상의 위기는 없도록.

 

박지혜 기자 wisdom99@inha.edu

김기현 기자 12192699@inha.edu

박지혜 기자, 김기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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